쿠바를 한 바뀌 휘~ 돌아온 느낌?!

메구스타 쿠바 ㅣ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 3
이겸 지음 / 은행나무 / 2007년 7월

쿠바를 한 바뀌 휘~ 돌아온 느낌?!
책 <메구스타 쿠바>의 마지막 표지를 덮으면서 든 느낌이다.
 
메구스타 쿠바? 쿠바는 중남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인 것은 알겠는데 메구스타는 무슨 말일까.
이 책 표지 안쪽에 메구스타 쿠바(Me gusta Cuba)는 ‘나는 쿠바를 좋아한다’라는 뜻이라고 친절히 설명되어 있다.
이처럼 제목이 눈길을 잡아끈다.
표지의 사진도 심상치 않다. 체 게바라 문신이 한 청년 팔뚝과 저 멀리 야자수가 있는 흐릿한 사진이 이 책의 표지이다.
 
쿠바!
체 게바라, 호세 마르티, 피델 카스트로…
굵고 육중하게 보이는 시가, 배구, 야구, 권투…
쿠바의 대명사는 이렇듯 많다.
무엇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무척이나 좋아한 탓에,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20년 동안 살았다는 탓에, 또 명작 <노인과 바다>의 실제 배경이 쿠바라는 탓에 필자는 쿠바를 동경해 왔다. 그런데 쿠바 여행기 책이 나타났으니, 읽지 않고는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아 단박에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의 글은 맛있다. 30일 동안 쿠바를 돌아다닌 느낌이 들 정도라면 믿겠는가. 이 책의 저자 이겸은 집 대문을 나서면서부터 여행기를 풀어간다. 작열하는 태양 열기에 정수리가 뜨거워지고, 눈이 시려 차마 한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푸른 바다가 손에 잡히는 듯하다. 또 세바퀴 자전거 택시를 힘겹게 모는 아저씨의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땀내가 코끝에 걸리고, 모델로 요새라는 감옥의 스산함에 오싹한다.
 
이 여행기에는 밥 한 공기에 얼마인지, 침대 하나 있는 방이 어디에 많은지 하는 등의 시시콜콜한 정보는 없다. 다만 여행기지만 정치와 경제와 문화를 골고루 담아 요리했다. 저자가 미리 계획을 했는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또 쿠바의 과거와 미래를 고민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여행기가 무겁지만은 않다. 엉덩이가 큰 여인이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을 묘사한 대목에서는 피식 실소가 터진다.
 
이 책 종이의 질이 좋다. 아마도 사진이 다음 페이지에 베어나오지 않도록 한 것 같다. 그만큼 사진에 신경을 썼다. 사진이 이 책 내용의 절반을 차지한다. 사진도 글처럼 맛있다. 독자가 쿠바의 이름 모를 거리에 와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생생하다. 몇몇 조금 어두운 사진은 유감이다(물론 그 의미가 있겠지만 적어도 독자입장에서는 그렇다). 또 사진마다 캡션을 달아두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 친절하게도 쿠바에서 사용하는 원어를 우리글 옆에 달아두었다.
 
사족으로 매우 주관적인 평을 덧붙이자면, 체 게바라 이야기가 지루할 정도로 길다. 물론 쿠바의 역사가 그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짧은 헤밍웨이 이야기에 비하면 너무 길다. 차라리 쿠바인들의 깊은 이야기가 더욱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