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
김주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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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으면서 반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책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를 읽는 동안 역시 반성했다.
"저자 김주하는 여자의 몸으로 그렇게 힘들게 열심히 업무를 해냈구나"라고 생각하니 내 자신이 적잖이 부끄러워졌다.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 좋다.
그런 책은 더욱 힘을 내게 하는 에너지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자극을 받아 나를 단련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에도 그런 것이 있다.
 
이 책은 "아~ 그 뉴스! 그 뉴스가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었구나. 이런 취재과정이 있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매우 쉽게 구성되어 있다. '취재과정+뉴스'이다. 예컨대 2005년 3월13일 방송된 <버려지는 애완견>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한 분장사의 수다가 단초였다.
 
"분장사로부터 애완견이 식용으로 팔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분장사는 자신이 다니는 동물병원에서 들은 얘기라고 했는데 이 내용을 취재하겠다고 하니 데스크(담당 부장)는 개고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므로 신중히 다룰 것을 주문했다. 나도 외국인들이 우리의 개고기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감을 갖고 있었고 내 기사가 혹 또는 다른 공격의 빌미가 될까 걱정됐지만 애완견이 식용으로 팔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연락처를 받아들고는 바로 다음날, 일산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168p)
 
이런 취재과정 뒤에 당시 뉴스가 붙었다.
 
"앵커=요즘 버려지는 애완견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이런 유기 견들의 일부가 식용으로 거래되고 있는 현장이 포착됐습니다. 현장출동, 김주하 기자입니다.
기자=경기도에 있는 한 개 경매장입니다. 애완용 강아지를 놓고 흥정이 한창입니다. 30만원까지 호가하는 시추, 말라뮤트 같은 고급 애완견들이 헐값에 거래되고 있습니다.(중략)" (172p)
 
남편까지 대동해 취재했던 공항 택시 불법요금 문제며, 목숨을 걸고 헬기에서 촬영까지 한 독도 문제 등 '김주하표 취재'가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9시 MBC 뉴스데스크에 등장하는 그를 다시 눈여겨보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매우 쉽게 썼다. 건성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아니라 글을 쉽게 썼다는 말이다.
독자가 어렵게 느끼지 않게, 수필을 읽듯 술술 읽을 수 있도록 설명했다.
 
그가 한 방송사의 앵커이고 널리 알려진 방송인이기도 하지만
쉽게 쓴 그의 글 때문이라도 그의 책은 잘 팔리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그의 책은 2쇄 1만부를 더 냈다고 한다.
7월 초 찍은 초판 2만5천부가 동난 것이다.
하기야 이 책은 판매 전부터 현직 앵커가 낸 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예약을 받는 등 화제를 낳았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아쉽다.
앵커를 떠난 후 이런 책을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나이가 좀 든 후에 이 책을 썼다면 좀 더 무게감 있는, 깊은 내면의 '김주하'가 묻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저자도 책의 프롤로그에서 비슷한 생각을 피력했다.
 
"처음 집필 제의를 받았을 때 나는 절대로 마흔 이전에는 책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경험도 부족할 것이고 책은 단지 아는 것이 많다고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얼굴이 알려졌다는 것을 이용한 상술로 여겨지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또한 있었다. 그런데 보여지기 위함이 아니라 보고 싶어지는 수간들이 늘어나고, '아는 것'의 양보다 '알고 싶은 것'의 양이 많아졌을 때 비로소 '집필'을 떠올리게 됐다.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일까 아직도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을 저지르고 보는 성격 덕에 한 권의 책이 나왔다." (5p)
 
자칫 '얼굴이 알려졌다는 것을 이용한 상술로 여겨지지는 않을까'라는 그의 우려에 동감한다.
책 출판 이후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도 진행했기에 더욱 그렇게 비칠 수 있다.
앵커를 그만둔 후, MBC를 떠난 후의 행보를 염두엔 둔 포석일 수 있다는 '극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포장을 잘했다. 표지에 그의 클로즈업된 흑백 사진을 실었다.
너무 싸 보이지 않게, 어려보이지 않게, 인기에 연연하지 않은 듯 보이기 위해서는 컬러보다 흑백이 효과적이다.
 
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엄기영 MBC뉴스데스크 앵커, 이진숙 MBC보도국 특파원의 추천글을 뒤표지에 실었다.
그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 추천글을 쓴 사람들 모두 인기인이라면 인기인들이다.
이만한 '포장'이 또 어디 있을까.
 
이 책은 김주하의 삶과 생각의 일면을 보여주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
또 그의 인간적인, 사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독자의 목마름을 적시는 단비 같다.
 
한 아이의 엄마이면서 직장인으로 사는 김주하.
책까지 낸 것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의 '속'을 느낄 수 있는 다음 책을 고대한다.
고민, 인간,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김주하표 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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