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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사람풍경>은 심리기(記)다. 여행서이라기 보다 심리서에 가깝다. 사람의 심리상태를 여행하듯 쓴 책이다. 쉽게 설명하면 사람의 감정을 저자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을 통해 표현, 설명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표지 안쪽에 있는 저자의 약력을 여러 차례 살펴봤다. 저자 김형경은 여행전문가인지 아니면 심리전문가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 책 표지에 쓰인 제목 문구를 그대로 옮기자면 "김형경 심리여행 에세이 사람풍경"이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여행과 심리라는 다소 어울리기엔 어색한 부분 때문이었다.
여행과 심리가 어떤 관계가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고나 할까.
저자는 여행전문가도 심리전문가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었다. 오히려 전혀 무관한 소설가 정도가 저자의 위치를 대변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여행기를 그것도 심리와 접목시켜 책을 썼다.
저자는 이 책의 방향을 어떻게 잡았는지 모르겠으나 독자 시각으론 심리서적에 가깝게 느꼈다.
사람의 심리상태를 여행지에서 느낀 점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무거운 심리학 서적은 아니다.
무의식ㆍ불안ㆍ질투ㆍ콤플렉스ㆍ에로스 등 사람의 기본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저자는 여행지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과의 미묘한 관계를 덤덤하게 풀어갔다.
예컨대 중국 여행 중 택시를 타고 100위안을 지불하고 33위안을 거스름돈으로 받는 장면이 있다. 그 택시 운전사는 33위안이 없다며 그냥 내리라는 눈빛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결국 거스름돈을 받아냈다. 중국 택시 운전사의 뻔뻔함에 되려 뻔뻔함으로 대처한 것이다. 저자는 이 사례를 들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중국에서는 '뻔뻔하게'가 어떤 심리적 상태를 의미하는지, 어떤 생활 방식을 말하는지 보다 명료하게 느꼈을 것이다."(295페이지)
또 있다. 저자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소매치기당한 것을 두고 '시기심'과 연관시켰다. 저자는 "도둑질, 소매치기, 강도뿐 아니라 사기, 집단 테러 등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불행한 사건들의 배경에는 대체로 시기심이 자리 잡고 있다"고 썼다.(156페이지)
이렇듯 저자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만나거나 본 것을 심리상태와 연관지었다. 다양한 심리상태에 나누어 여행기를 썼다. 여행기가 아니라 심리기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듯 싶다. 심리 주제에 따라 페이지를 나눴다. 어디서부터 읽어도 좋다. 다 이어진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책은 새로운 시도다. 여행을 하면서 민족성을 이야기하거나 문화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심리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심리 주제가 10~12페이지에 걸쳐 설명되어 있다. 여기서 여행지의 이야기는 절반 정도 될까 싶다. 나머지는 프로이트 등 심리학자를 동원한 심리 글이다. 여행기로 이 책을 선택한 독자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저자가 이탈리아의 한 도시의 길을 걷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남성의 무리를 보고 '공포'로 표현한 부분 등은 약간 무리가 있어 보인다. 공포라는 주제를 말하고자 억지로 꿰맞춘 듯한 느낌이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