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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불멸 ㅣ 위픽
김희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평점 :
<삼척, 불멸 - 김희선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23-06-14>
나는 삼척으로 가려고 터미널을 갔다. 승차권을 받고 대합실 의자에서 기다린다. 주머니에는 아버지가 내게 남긴 마지막 유산이라고 하기에는 뭣한, 흔해빠진 열쇠 하나가 있다. 그 열쇠는 아버지가 죽기 몇 시간 전 병원 침상에서 이야기했던 열쇠였다. “이제 너에게 우주의 비밀을 알려줄 때가 됐구나.” 라면서..
아버지가 말하는 삼척, 아버지는 삼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생의 마지막 1년을 바쳤다. 사진관을 운영했던 아버지는 암실에서 그렇게 틀어박혀 있었다. 아버지는 그렇다고 뭔가 한 것은 아니었다. 삼척의 부재를 증명하기 위해 그저 그 곳에 가지 않는 것뿐이었다.
📌 “과연 이 사람들, 신부와 신랑 말이다, 어떤 걸 진짜라고 기억하게 될까? 내가 만들어준 이 비디오 속 모습을 진짜라고 믿게 될까? 아니면 실제로 일어났던 결혼식 장면들을 기억하게 될까? 때론 내가 그들에게 기억을 선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버지의 말은.. 왠지 모르게 쿵 하고 다가왔다. 내가 알고 있는 기억이라는 것은 어떻게 생성된 것일까? 문득 기억이라는 것에 의문을 품어보게 되었다.
작가의 말을 읽고 또 한 가지 더한 생각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는 자주 내 머릿속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곤 한다. 내 머리라는 작은 공간에서 나의 기억들이 오래전 것들을 불러 일으키고, 환기되고, 재창조되고, 새로운 형태로 나만의 오감을 건드려서 새로운 뭔가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건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나만의 것으로 불멸한 것이라고..
위픽 시리즈의 단편의 매력을 좀 잘 알 수 있게 해주었던, 짧지만 생각을 깊이 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