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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놀이터
박성우 지음, 황로우 그림 / 창비 / 2019년 8월
평점 :
몇해 전 1학년 친구들과 만났을 때, '빗방울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했다. 다양한 종류의 비에 대해서 알아본 후, 빗소리를 듣고 빗방울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져 땅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몸으로 표현해보기 활동으로 해보는 것이였다. 교과서에서 나온 차시 수업은 아니었고, 비를 주제로 시를 쓰는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재구성한 내용이다. 시 수업을 하면서 저학년 아이들은 몸으로 직접 표현해보며, 대상과 하나가 되는 활동을 할 때 그 감정과 느낌을 더 실감나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걸 알았다. 비가 오는 날 바깥으로 우산 쓰고 나가서 빗소리를 들어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하는 것도 좋아했지만, 아이들은 무엇보다 빗방울의 여행을 몸으로 표현할 때 가장 신이나고 재미있어 했다.
무작정 빗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몸으로 표현해볼까? 하고 말하면 아이들은 멀뚱멀뚱 한다. 교사는 이 때 스토리텔러가 된다.
'자, 나는 빗방울이야. 친구들과 함께 모여, 모여서 같이 놀자. 어? 이상하네,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뭉쳐있으니 내 몸이 무거워져, 어? 점점 떨어진다!'
즉석에서 만들어낸 빗방울의 여행 이야기에, 아이들은 신이 나서 친구들과 손을 잡고 둥글게 뭉치기도 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몸을 웅크리기도 하고 했다. 빗방울들은 우산에 떨어져서 우산 미끄럼틀을 타기도 하고, 꽃잎에 떨어져 꽃을 시원하게 적셔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빗방울이 되어 온 세상을 구석구석 놀다가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소나기 놀이터'의 소나기들은 그 때의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을 닮았다. 하늘에서 떨어져서 온 세상을 구석구석 구경하고 노느라 너무나 즐거웠던 아이들. 소나기 빗방울들은 잠자는 풀씨를 깨우고, 나팔꽃 줄기의 어깨도 펴주고, 참나리 겨드랑이를 간질여 꽃도 피운다. 여름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꽃들이다. 개미와 함께 놀자 조르기도 하고, 거미들과 함께 놀기도 한다. 디링디링 하프를 켜기도, 찌잉찌잉 바이올린을 켜기도, 두둥둥 둥둥 드럼을 치기도 하면서. 소나기들은 미끄럼틀을 타고, 철봉도 한다. 모래밭에서 발자국을 지워가며 이리저리 뒹군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딱 맞는 책이다 싶었다. 도대체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든 사람이 누구일까 하고 글을 쓴 작가님의 프로필을 보니 세상에나, '아홉살 마음사전' 을 쓴 박성우 작가님이시다. 초등학교 학생들이라면 '아홉살 마음사전', '아홉살 함께 사전' 같은 '아홉살' 시리즈는 대부분 다 알지 않을까. 동시집을 많이 쓰신 시인이셔서 그런지 책 속의 이야기가 정말 아름답고 예쁘다.
-모래알 세 개를 툭 던졌다 받고, 모래알 서른 개를 투둑 던졌다 받고.
-열매들을 똥글똥글 말똥말똥 파랗게 해.
-팔을 펴고 엎드려서 쭈욱, 발을 뻗고 누워서 쭈욱
-아기 발자국을 지우고, 엄마 발자국을 지우고, 강아지 발자국을 지우고
문장 하나 하나가 모두 글을 막 배워서 책을 아이들이 읽기 좋은 쉽고 반복되는 어휘들이 많았다.
글 속의 내용도 아이들 자체이고, 글의 수준도 딱 아이들에게 적합하다. 정말 딱 이 책은 1, 2학년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예쁜 말과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한 책으로 아이들의 말과 상상력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