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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팬티 - 내 인생 최악의 여름방학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김영신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9년 6월
평점 :
실은 수영 팬티를 읽을 때 조금 걱정했다. 작가들의 전작인 '무릎 딱지'처럼 내 눈물을 쏙 빼놓는 책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책은 내 입꼬리를 주체 못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이의 성장이 흐뭇해서 자꾸 웃다보니 점점 입꼬리가 귓바퀴까지 닿을 듯 끝까지 올라가는게 느껴졌다.
'엄마 껌딱지' 별명을 가진 주인공 소년은 방학동안 집의 이사를 계기로 할머니댁에서 며칠 머물기로 한다.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시골집에서 지내게 되는 것이다. 어린 첫날, 부모님과 떨어지는 소년의 표정은 시무룩했고, 글의 내용에서도 기운 없고 슬픈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심지어 시골집에는 자신을 놀리고 괴롭히는 친척형들까지 왔다.
처음엔 자신을 놀리고 괴롭히는 형들 탓에 최악의 여름방학이라 생각되었지만, 점차 할머니 몰래 순번 정해서 씻기, 보호장비 없이 자전거 빨리 타기와 같이 어른들 몰래 하는 장난들을 해가며 아이는 점점 성장했다. 며칠 사이에 키가 쑥쑥 크고 하는 그런 신체적 성장이 아니다. 아이는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 새로운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성취하는 것을 느끼는 중이었다. 정신적인 성장 말이다.
소년에겐 시골 생활이 적응 되어가서 즐거운 나날이 이어졌지만, 커다란 난관이 하나 남았다. 바로 소년의 가족이 9살이 되면 치르는 의식. 3m 다이빙에서 뛰어내리기. 소년은 겁이 났다. 심지어 엄마가 챙겨준 수영복도 형의 수영복이었다. 연습차 입고 뛰어내린 형의 수영복은 당연히 벗겨졌고, 소년은 엉덩이를 보여준채 망신을 당했다. 소년은 그 뒤로 더욱 더 수영장을 가기 싫었다. 인자하신 할머니는 손자를 위해 수영복에 고무줄을 넣어주었지만, 이는 더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만 했다. 소년은 고무줄이 있는 수영 팬티를 양 손으로 꽉 잡고 다이빙대로 올라갔다. 소년은 덜덜 떨었다.
소년이 다이빙을 뛰어 내린건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마침 이가 빠졌는데, 그게 물에 빠져버린 거였다. 형들이 빠진 이를 찾으러 물에 뛰어들었고, 형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 소년은 재빨리 물에 뛰어 들었다. 찰나의 순간처럼 일어난 일들이었다. 그리고 소년은 결국, 성공했다! 3m 다이빙을 말이다! 소년은 또 한 번 성장했다.
과연 아이를 부모 품에만 두고 보호하는 것이 아이에게 좋은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아이를 혼자 도전하게 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위험하고 무섭다. 하지만 부모 품에서만 있는 아이 역시 성장하고 자랄 수 없다. 아이는 가끔 부모 곁에 떨어져 있을 때 이렇게 쑥 성장하나보다. 왜 보호자에게 벗어나야 더 도전하고, 성장하는걸까. 정말 청개구리들이다. 함께 있을때 해주면 좀 좋아.
우리 아이가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가 생각났다. '니모, 넌 못해.' 하고 말해버리는 말린처럼 할수있는 아이를 미리 단정짓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아이의 크고 작은 도전들을 응원해주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