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비룡소 클래식 46
다니엘 디포 지음, N. C. 와이어스 외 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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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내가 굉장히 좋아하던 소설중의 하나이다. 외딴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남아 섬 곳곳을 다니며 치열하게 생존해나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그 어린 나이에도 마음을 쏙 뺐겨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로빈슨 크루소는 '아주 어렸을 적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 한 권으로 내 기억속에 남아있었다. 워낙 잊을 수 없을만큼 강렬한 이야기니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도 로빈슨 크루소의 줄거리는 대부분을 기억했고 그리하여 초등학생 시절 이후로 이 책을 다시 읽어본 적은 없었다. 읽지 않아도 대부분 기억이 났으니 말이다.

그리고 근래에 비룡소 클래식으로 나온 '로빈슨 크루소' 책을 접했다. 분명 이렇게 두껍고 글밥이 많은 책이 아니었던 것만 같은데, 내 손에 들려진 책은 상당한 두께의 책이었다. 내가 초등학생때 읽은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는 분명 이 책의 반도 되지 않았던 분량인데 말이다. 얼마 전 '비밀의 화원'의 클래식 버전을 읽으면서 너무나 감탄하며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두꺼운 분량이 전혀 부담이 되진 않았다. 도대체 내가 어린 시절에 읽지 못한 이야기가 얼마나 더 많이 있다는 건지 오히려 흥분과 궁금증이 앞섰다. 설렘과 흥분의 상태로 책을 읽어 나갔고, 역시나 깨달았다. 지금까지의 나는 진짜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읽지 않았던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실은 지금도 우리집 책장에는 초등학생용으로 나온 로빈슨 크루소나, 쉬운 영어로 된 영어버젼 로빈슨 크루소, 만화로 된 로빈슨 크루소까지 다양한 로빈슨 크루소 책들이 책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들을 다 읽어본 나였기에 그간 나는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아주 많이 읽어왔고, 잘 안다는 착각 속에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이렇게 클래식 버젼으로 된 '진짜'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읽고 나니 이 클래식 버젼을 더 일찍 읽어보지 못한 지난 시간이 굉장히 아쉬웠다.

로빈슨 크루소를 다시 읽는다는 말을 하면 혹 누군가는 '그 책 어릴때 안 읽어봤어?' 하고 물어볼지 모른다. 허면 꼭 '로빈슨 크루소'의 클래식 버젼을 다시 읽어보라 권해주겠다고 백번을 다짐했다. 세계 명작과 유명한 고전들이 오래 사랑을 받고 어린아이들에게 널리 읽혀지는 만큼, 우리 주변에는 '아이들을 위해' 변형된 혹은 축약된 버젼의 책들이 너무나도 많다. 물론 이런 책들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읽기 능력이 아직 저학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초등학생에게 이 책을 무턱대고 읽으라 준다면 아마 그 아이는 '고전'에 손사래를 치며 거부감을 보일지 모른다. 아이들에겐 아이들이 읽을만한 단계의 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아이들도 과거의 나처럼 변형 혹은 축약된 책을 읽고 이미 그 책을 다 읽었다고 치부해버리며 더 이상 원작을 찾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할 사람은 어른들이다. 부모가 먼저 이 책을 읽어보고, 진짜 이 책의 매력과 진가를 찾아보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유해줬으면 한다. 어린이용으로 나온 책을 읽어보고, 그 후에 진짜 작가가 쓴 원작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도 읽어보았으면 한다고 말이다.

나는 이 '로빈슨 크루소'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간 내가 읽어서 알고 있는 내용 외로도 새롭게 등장하는 이야기와 상황, 배경지식들이 더욱 풍부하여 좋았다. 게다가 흔히 생각하는 '모험과 생존'의 이야기보다도 인간이 극한 상황에 도달하여 사유하고, 고뇌하고, 판단하고, 생각해 나가는 그 성장의 과정들이 참으로 인상깊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름과 동시에 새롭게 책의 숨겨진 의미들을 찾아가는 그 자체가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2학기 들어 우리반 아이들에게 초등학생용 세계 문학 책들과 클래식 버젼 책들을 동시에 학급문고로 구입해서 비치해주었다. 작은 아씨들, 소공녀 세라, 빨간머리 앤, 보물섬, 지킬박사와 하이드 등과 같이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그림과 글이 적절하게 섞인 초등학생용 버젼을 구입해 주었고 역시나 아이들에게 반응이 참 좋았다. 아이들에게 클래식 고전으로 함께 있는 작은 아씨들 책을 보여주며 이 책이 작가가 쓴 원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아직 너희에겐 어려울 수 있으나, 쉽고 짧은 내용으로 줄인 이야기를 읽어보고 나서 이 클래식 버젼을 읽어보면 훨씬 쉽고도 새로운 맛이 있을거라며 적극 권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선뜻 도전은 하지 못하고 있으나 저희가 읽은 이야기의 클래식 이야기를 굉장히 흥미로워 하며 읽어보고 싶어 했다.

클래식 시리즈는 가정에서 구비해두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기하면서도 그간 알지 못했던 책의 진짜 의미와 색다른 묘미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아이들에게는 전 세계적으로 오래 사랑받아온 진짜 문학의 매력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자 발판으로 자리할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를 시작으로 앞으로 어릴 적 읽어본 세계명작들의 클래식 버젼을 좀 더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나부터가 클래식을 접하며 아이들에게 고전 클래식을 적극적으로 권해주는 연결 다리가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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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드레스메이커 비룡소 그래픽노블
젠 왕 지음, 김지은 옮김 / 비룡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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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이라는 분야를 처음 접했다. ‘그 책 만화책 아니에요?’ 하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만화책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그래픽 노블의 정확한 의미를 찾고자 사전을 살펴보았다. 그래픽 노블이란 만화와 소설의 중간형식을 취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일반 만화보다는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며 완결성을 가진 채로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많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왕자와 드레스 메이커’ 책 역시 만화책처럼 쉽게 술술 읽혔지만, 분명 만화와는 다른 무거운 주제와 철학이 담겨진 책임이 확연히 느껴졌다. 처음엔 두꺼운 분량에 다소 겁도 났는데, 체감 상 한 시간도 안 되어 책을 다 본 것 같으니 그래픽 노블 특유의 속도감은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드레스를 좋아하고, 입고 싶어 하는 왕자 세바스찬과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가난과 노동 아래 그 재능의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 프랜시스라는 소녀가 만나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는 동안 나까지 덩달아 함께 비밀스런 작전에 참여라도 하는 것 마냥 신이 났다. 드레스를 좋아하는 왕자와, 그런 왕자를 위해 드레스를 만들어 주는 여자 아이라니. 그 설정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특히 드레스를 입고 여장을 하며 몰래 바깥세상으로 나가 원래의 이름과 다른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지만, 분명 자신의 정체성은 확실히 하고 있는 왕자의 모습. 흔히 ‘성 소수자들은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라는 편견이 있는데, 전혀 다른 접근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점이 참 좋았다.
권위적이고 다혈질의 왕은 변장한 아들의 모습을 보며 큰 충격에 빠진 채로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저러는 것이냐며 아들이 정체성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선 프랜시스의 입을 통해 분명히 전하고 있다. ‘왕자 세바스찬은 자신의 모습에 혼란스러워 하지 않으며, 단지 아버지가 이걸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할 뿐이었다.’ 라고 말이다. 이런 아들의 모습에 다혈질에 무섭기만 하던 왕도 함께 드레스를 입고 아들과 함께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변화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책장을 넘기며 프랜시스가 만들어 내는 화려한 드레스들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어찌나 아름답고 독창적인 드레스들이 많은지, 프랜시스가 만들어내는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왕자의 모습을 보고 싶어 책장을 빨리 넘길 정도였다. 숨어서 왕자의 드레스를 만들어내던 프랜시스가 점차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재능을 인정받는 모습을 보아가는 모습도 참 좋았다.
어린 소년과 소녀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책 속의 한 사람이 된 것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책장은 쑥 하고 넘어가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어른이 보아도 아이들이 보아도 재밌을 책이다. 만화로 구성되어 있으니 만화책이다! 하는 편견은 버렸으면 한다. 이건 그냥 만화와는 다르다. 분명 작가의 철학을 담은 한 권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글, 영상, 회화, 음성 등 방식이야 어떠하든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독자에게 분명히 전달된다면 그 자체로서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 만화책이라는 편견에 휩싸여 이 책을 시작도 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갖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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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똥
유은실 지음, 박세영 그림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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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남기기 전 결론부터 써 두고 시작하고 싶다. 부디 이 책이 ‘강아지 똥’ 이야기에 가려 그 빛을 잃지 않길 바란다. ‘강아지 똥’과 또 다른 매력을 너무나 많이 품고 있는 책이다.
솔직히 책을 열기 전까지는 조금 걱정이 되는 마음도 있었다. ‘송아지 똥’이라는 제목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강아지 똥’이야기를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워낙 ‘강아지 똥’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강아지 똥’ 이야기를 아끼는 독자의 한 사람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핑계를 대어 본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내 염려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오히려 ‘송아지 똥’이야기만의 매력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책은 참 아름다웠다. 오늘 날 그림책이나 동화책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따뜻함과 편안함, 사랑스러움이 그림책 곳곳에 묻어난다. 글도 그림도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문장과 작품으로 책 한 면들을 가득 채우고 있다.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는 해를 맞아 ‘창비어린이’ 2017년 여름호에 발표한 추모 글이라는 이 ‘송아지 똥’ 이야기에는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 똥’ 이야기도 함께 등장한다. ‘송아지 똥’ 마당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에 전해져 내려오는 아주 먼 이야기로 말이다. ‘강아지 똥’의 이야기와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맺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매듭으로 이야기를 단단하고 촘촘하게 엮어 낸 작가님의 글 솜씨에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10년 전 마당과는 많이 달라져버린 시멘트 바닥에서 탄생한 송아지 똥이 마당의 사랑스러운 존재들 ‘리듬감’, ‘평이’와 같은 친구들을 만나 짧은 생을 살아가는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가 참 안타깝고도 특별하다.
‘싸고 간 똥’이라는 나쁜 말을 듣고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갖는 송아지 똥에게 마당의 친구들은 사랑과 애정으로 ‘똥또로동’ 송아지 똥의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들어 주었다.
꼭 강아지 똥처럼 누군가를 희생하여 빛을 내는 삶이 아니더라도,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임을 말해주는 ‘송아지 똥’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서 ‘강아지 똥’ 못지않는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강아지 똥과는 다른 매력을 잔뜩 품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가치를 알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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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감독 탁풍운 - 제7회 스토리킹 수상작 귀신 감독 탁풍운 1
최주혜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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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선택하여 뽑은 스토리 킹 동화인 만큼 기대감이 컸다. 제목만 봐도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수업시간 활동으로 나만의 이야기 상상하여 꾸미기, 또는 글쓰기를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호러' 이다. 아이들은 참 귀신 이야기를 좋아한다. 시덥지 않은 귀신 이야기도 저희끼리 들려주며 즐거워한다.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를 만들어내는 아이도 있고, 친구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달라며 요청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우리 반 아이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생각으로 말이다.


귀신들의 관리 감독하는 귀신 감독이 되기 위해 오랜 수련을 해 온 탁풍운은 마지막 신선 수행을 위해 조 신선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 조 신선은 삼년간 풍운이와 함께 지내며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행동을 상점과 벌점으로 기록하는 시험관인 셈이었다. 풍운이는 조 신선과 함께 이승에서 떠도는 귀신들이 인간들을 헤치지 못하게 괴롭히는 일들을 함께 하며 열심히 수행을 해왔다.


풍운이 감독관이 되기 위해 조 신선에게 매일매일의 행동을 검사받는 것이 꼭 아이들이 수행평가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다거나, 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오랜 기간 함께 지내며 상점과 벌점을 계산해 상점이 높으면 신선이 된다는 조건도 새로웠다.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해가야 한다는 걸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는 점이 참 좋았다.


조 신선과 풍운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다시 인간세계로 나타나게된 악귀 '두억시니'로 인해 여러 가지 일들과 얽히게 된다. 거기에 풍운의 실수까지 더해져 귀신 출석부까지 잃어버리고 만다. 풍운은 조 신선 모르게 귀신 출석부를 다시 되찾아 두기 위해 이리저리 애쓴다. 동네 편의점 지박령인 우와 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구멍귀를 쫓아 출석부를 찾아 헤메기도 하며 열심히다. 그러는 와중에 귀신을 보는 소녀 서늘이를 만난다. 풍운이는 서늘이와 친구가 되어 결국 함께 귀신 출석부를 되찾고, 두억시니를 무찔렀다. 여러 가지 사건들도 마무리가 되며 탁풍운은 결국 귀신 감독이 된다.


귀신 감독이 되기까지의 풍운이의 수련기라고 간단하게 말하기에는 이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구멍귀나 악귀, 귀신 감독같이 생각해보지 못한 소재들이 너무나도 많다. 물에 빠져 죽은 귀신이 사람의 몸에 붙으면 이유 없이 땀이 많이 나고 고약한 냄새도 난다는 이야기나, 맞아 죽은 귀신 구타귀가 붙은 아이는 이유 없이 공격적으로 변해서 폭력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내용 등은 아이들이 정말 흥미 있게 받아들일 것 같았다. 실제로 아이들 주변에 있을 법한 아이들의 상황을 귀신과 잘 어우러지게 버무려놓았다. 작가님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글로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느꼈다.


아이들이 추천하여 뽑은 '스토리 킹' 작품이니만큼 책장을 한 번 열면 덮지 못하고 끝까지 술술 읽게 된다. 책을 반정도 읽었을 때 남은 페이지를 보며 아쉬워 하기는 참 오랜만이었다. 아직도 더 읽고 싶은 내용이 많은데 남은 분량이 이것 뿐이라니! 이야기가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참 오랜만이다.


귀신 이야기를 다룬 흥미 진진한 동화로만 보기에는 담고 있는 내용도 참 많다. 사회에서 버려져 이름 없는 구멍귀가 되어야만 했던 서늘이의 친구 이야기나 악귀에 대한 귀신 감독들의 설전 등은 아이들도 함께 고민해 볼 만한 좋은 소재들이다.


재미와 생각거리를 모두 담고있는 즐거운 책이었다. 이 책은 당장 우리 반 아이들에게 추천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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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왕 이채연 창비아동문고 306
유우석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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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운동회 때 아이들 모두가 함께 뛰는 단체 축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축구 규정에 맞게 팀을 나누는게 아닌 말 그대로 '막 축구'였다. 여자애들은 우르르 공을 향해 몰려가 어떻게든 공을 한 번 차보려고 온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그랬던 축구 경기가 끝나고 나자 우리 반 한 여학생이 내게 다가와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축구만 3시간쯤 해보고 싶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도대체 공 한 번 제대로 차 보지 못하고 공을 따라 운동장만 이리 저리 뛰어다닌 그 '막 축구' 경기가 무엇이 그리도 이 아이의 마음에 꽂혔을까. '축구왕 이채연' 동화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내게 말을 건넸던 그 여자아이가 생각났다.


축구왕 이채연의 이야기를 보고 책장을 덮었을 때 놀란 점은 이 책이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이 책은 세 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스물네 명이 된 작가님의 학교 여자 축구부 아이들을 보고 썼다고 하신다. 작가의 말 내용에는 이 동화책의 실제 주인공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녀들의 이름이 차근차근 거론된다. 그 이름들을 하나씩 보고 있으면, 이 책이 이 아이들에겐 얼마나 갚진 선물일까 싶어 감탄하게 된다.


여자 아이들이 축구에 흥미를 느끼고, 열심히 배워 전국 대회까지 출전하는 내용인 만큼 책 속에는 축구의 기본기와 기초 상식들도 많이 나온다. 아이들이 패스 훈련, 슈팅 연습 등을 하는 장면, 축구에서 움직임과 패스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장면 등 내용 구석 구석에서 축구를 향한 작가님의 열정과 애정이 느껴진다. 나 역시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을 설명할 땐 아이들에게 경기 규칙 외로도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이나 움직임들까지 설명이 길어진다.


하지만 이런 기능적인 중요성, 필요성 등의 내용들보다 이 이야기에서 빛을 발하는 건 축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감정에 대한 부분이다. 축구를 통해 같은 팀끼리 마음이 하나 되는 순간, 힘껏 찬 공이 골대의 경계를 넘어가는 순간, 상대방의 공을 빼앗아 차올릴 때와 같이 아이들이 공에 집중하여 느끼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글 속에 참 잘 녹아나있다. 그런 감정들을 글로 함께 접하고 있으면 도대체 이 '축구의 맛'이 무엇이길래 아이들이 이토록 빠져드는 건지 나까지 궁금해진다. 어쩐지 같이 뛰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랄까.


축구를 계기로 모인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니만큼 책 속 주인공 채연이와 소민이와의 얽혀있는 관계가 풀려나가는 것을 함께 보는 것도 참 의미있다. 관계가 좋지 않은 친구가 있다면 채연이와 소민이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 나가며 관계를 개선해나갈 힌트를 얻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 같다.


오늘 운동장 체육 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들어가기 전 쉬는 시간 5분을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놀게 했다. 10분여의 짧은 쉬는 시간동안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와서 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만큼 아이들은 운동장에 나와 있는 자체를 행복해했다. 그 짧은 사이에 공은 어디서 주워 온 건지 고새 공을 가져와 저희끼리 팀을 나누어 축구를 한다.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그저 공을 가지고 함께 노는 것 자체를 즐기는 아이들이다. 내게 '축구 3시간만'을 외치던 여학생도 그 틈에 끼여 열심히 공을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이런 걸 보면 운동을 꼭 '남학생이 잘 하는 운동', '여학생이 좋아하는 운동' 으로 미리 나눌 필요는 없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낀다.


축구부의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축구'라는 운동 종목 하나로 하나가 되어 함께 울고, 웃고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나도 아이들의 감정을 함께 느껴 울컥하기도 하고 함께 행복하기도 하게 된다. 이 책을 쓰신 선생님처럼 멋지게 축구부를 지도할 만한 능력은 없어도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즐겁게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운동'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모두 함께 책속의 주인공들 처럼 즐거운 운동 경기를 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남자, 여자라는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여학생들도 축구를 '잘'하고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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