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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결사대 ㅣ 즐거운 동화 여행 103
김점선 지음, 이예숙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0년 1월
평점 :
제목부터 시선을 확 끄는 동화책 '솜사탕 결사대'. 표지만 보아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솜사탕'과 '결사대'라는 조합이 어쩐지 매력적이었다. 등을 마주하고 솜사탕을 들고 있는 결사대의 모습. 하지만 주먹을 움켜쥐고 비장하게 서있는 모습과 달리 표정은 두렵고 당혹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들고있는 무기는 바로 '솜사탕'! 이 낯설고도 독특한 인물들은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책 속 주인공 '김두민'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주인공이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학생인줄로만 알았다. 조금 의아한 상황들이 있었지만 정말 초반 몇 장은 깜빡 속으며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달리 '김두민'은 무려 교사였다. 1학년을 맡게 된 24살의 신입 교사 말이다. 아, 1학년을 맡게된 신규 남교사라는 설정만 보고도 이 주인공이 학교 공포증이 있다는 이 설정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었다.
아이들의 동화책을 꽤 읽어 보았지만 주인공이 선생님인 책은 몇 번 만나질 못했다. 동화책 속에서 교사는 종종 등장하지만 주연보다는 조연이다. 게다가 등장하는 교사들은 무섭거나, 쌀쌀맞거나, 나쁜거나 무심했다. 나는 매년 티비로 보는 원작동화 영상을 종종 유튜브에서 찾아보곤 하는데 영상 속에서 만나는 선생님들을 볼때마다 항상 무거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원작이 동화인 어린이 드라마니 만큼 책 속에서 등장하는 교사의 모습들이 그러한 것이니 말이다. 물론 다정하고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교사가 등장하는 정 반대의 상황도 있지만 이 교사들이 책 속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솜사탕 결사대'는 어린이 책에서 '조연'의 위치에 있던 교사를 '주인공'으로 세워 교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아이들처럼 당황하기도 하고, 교실을 무서워도 하며, 교장선생님의 부름에 들어도 못들은 척 도망도 가는 그런 인간적인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이런 주인공 '김두민'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았으면 덩달아 기분이 유쾌해지며 자꾸 정감이 간다. 선생님이지만 마치 1학년 학생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들어오는 1학년 아이들은 적응해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40분의 수업 시간에 책상에 앉아 교과서를 펴고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에 스스로 화장실을 다녀오고, 커다란 학교에서 길도 잘 모른채로 이리 저리 교실들을 찾아 다니기도 해야한다. 나누어 주는 안내장은 어찌나 또 많은가. 모든게 처음이고,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은 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1학년 아이들 중에는 종종 '김두민' 선생님처럼 학교 공포증에 걸리는 아이들이 꽤 많다. '솜사탕 결사대'의 또 다른 멤버인 오지유와 같은 아이들 말이다.
실제로 1학년 담임이던 시절 교실에선 너무나도 잘 지내면서 아침만 되면 학교에 오기 싫다고 울어서 1년 가까이 엄마가 등하교를 시켜주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3월 첫 주에는 화장실을 쓰고 물을 꼭 내려야 한다는 내 말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물을 내렸는데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고 (1학년에 누르기에 학교 양변기의 벨브는 종종 어려울 때가 있다. 3초정도 꾹 힘을 주고 눌러야 내려가는데 아이들은 힘이 약해서 한 번 쓱 누르기에 물이 안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울면서 엄마에게 전화한 1학년 아이도 있었다. 낯선 공간에서 지켜야 하는 것들도 많고, 낯선 사람, 낯선 친구들만 가득한 이 세상이 아이들에겐 얼마나 무섭고 망설여지는 곳이겠는가.
책은 '김두민'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학교가 무서운 아이들에게 학교를 무서워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아닌 학교를 무서워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허문다. 당황하고 겁을 내는 선생님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고,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아이들의 재미난 에피소드와, 그런 아이들과 함께 학교 생활을 적응해 나가는 '학교 공포증'에 걸린 김두민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학교가 그렇게 무서운 공간으로도, 가기 싫은 공간으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김두민 선생님과 아이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싶다.
저학년 교실에 비치해 두고 아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특히 1학년에 입학하는 아이들, 전학을 가게 되어 새로운 교실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말이다. 학교라는 공간이 생각처럼 두렵고 무섭기만 한 곳은 아니라는 것을, 학교에 적응하고 나면 재밌는 일이 가득한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