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 공황장애에 무너졌던 심리학 박사의 이야기
윤정애 지음 / 미다스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AZ백신을 맞은 후에 있었던 일입니다. 감정과 정신 상태를 설명하려니 어렵습니다. 그때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습니다. 바닥에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고, 멍하였습니다. 멍때리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일어나기 싫었고, 책을 보기도 싫었습니다. 평소에 제가 좋아했던 일들이 전혀 흥미를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씻지도 않았습니다. 밖으로 나가기도 싫었습니다. 일을 '해야했고', 출근을 '해야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심지어 무기력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1주일, 2주일 정도가 흘러서야 겨우 위와 같은 정신상태를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도 만나기 싫고, 그저 가만히, 먼지 같은 존재로 살아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런 일련의 과정이 바로 우울증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무기력한 감정과 무기력한 신체상태가 공존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됐고, 이런 상태를 극복하지 못했을 때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고민했습니다. 아, 심각했습니다. 세상을 등지고, 저편으로 건넜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라 지레 짐작해봅니다. 또, 우리 주변에서 함께 숨쉬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이러한 증상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섬뜩한 생각까지 미쳤습니다.




공황장애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실 몰랐습니다. 에세이 형태로 이뤄진 이 책을 접하면서 공황장애가 이런 것이었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고, 이런 심리적인 상태에 내몰리는 것이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 제가 정말로 좋아했고, 지금도 유튜브를 통해서 접하고 있는 '무한도전'의 출연자 중에서 정형돈씨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갑작스럽게 프로그램 하차를 하였고, 공황장애가 왔다는 연예뉴스를 읽었습니다. 안타까우면서도 빨리 쾌차하기를 소원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뭘 그런 걸 가지고...'라고 과소평가하였습니다. 단순하게 프로그램 애청자의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당사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해보다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이고, 약간의 회의적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겪었던 사실과 이야기를 에세이로 엮어냈습니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습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말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삶이란 자신의 계획대로 진행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옥죄는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과정지향형 삶을 살고, 어떤 사람은 결과지향형 삶을 삽니다. 과정이 괜찮다면 결과가 나빠도 괜찮다고 말하거나 결과가 괜찮다면 과정이 나빠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꽤 설득력이 있지만,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 번뿐인 생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어떤 결과가 물론 중요하겠지만, 특정한 사람이 겪었던 '과정'도 결과만큼 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문적으로 접근했을 때 이야기를 듣거나 생애사연구, 내러티브 연구, 사례연구, 현상학적 연구 등으로 사회과학에서 최근에 많이 거론되는 '질적연구'로 승화됐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이야 어찌되던지 말던지, 결과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는 큰 공감을 얻기가 사실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우리는 천천히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과정이 조금 더 의미가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둘째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합니다. 저자는 불안 증세가 심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회고합니다. 그때의 감정이 책의 텍스트를 통해서 전해지는 것을 보니 얼마나 심했을까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제가 백신을 맞고 나서 겪었던 일련의 과정들이 꽤나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생각까지 미쳤습니다. 그래서, 그 고통, 그 아픔이 조금은 느껴졌습니다. 아무런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까지 미치는 순간, 정말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지로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출처: 중앙자살예방센터, https://spckorea-stat.or.kr/korea02.do





장애라는 말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그만한 단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추상적인 개념을 한 번에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합적이고,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공황장애라는 것은 바로 '복합적인 문제'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복합적인 문제를 잘 해결하는 방법, 비법이 따로 있을까요?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은 그것이 가장 궁금할 것입니다. 어떻게 극복하였을까? 장애인복지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장애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조금 다릅니다. 한 예로 '장애'를 극복가능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극복이 가능하면 그것은 장애라고 부르기 애매하고, 어렵기 때문입니다. 장애라고 명명한 것 자체로써 평생을 안고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인 그리고 환경적인 시스템을 변화시키거나 지원책을 다각화하여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면서 인간으로써 당연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럼으로 장애는 어느 한 개인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로 보면 그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탁월한 능력과 노력을 통해서 실제로 극복한 사람이 있지만(존경받아야 하는 사람) 대부분의 장애인은 극복보다는 순응하거나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간접적으로 체험하였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고민이 텍스트를 통해서 전해졌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데, 그 어려움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해결한 스토리는 사람의 가슴을 울리고, 촉촉하게 적셔주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잔잔한 감동에 한 번 젖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끝.

믿음직한 위로와 따뜻한 처방

1. 영리한 환자가 되어라

2. 뇌의 원리를 활용하라.

3. 공황, 치료가 아니라 치유를 해야 한다.

4. 공황장애 매커니즘을 이해하라.

5. 플라시보 효과를 이용하라.

6. 대인관계의 끈을 놓지 말아라.

7.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라.

8. 피하지 않고 맞서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