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불복종 - 야생사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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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복종은 "행동"의 의미를 지닌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을 하지 않겠다' 또는 '~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권한을 가진 이는 그 권한을 사용한다. 합리적일 때도 있다. 그러나, 불합리할 때가 더 많은 것은 경험상의 판단이다. 예컨대, 권력이라는 '허상'을 쫓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어떤 직함을 따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 혹은 어떤 감투를 따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이유 때문에 1800년대 핸리 소로우는 권력을 남용하거나 국가라는 '존재'에 복종하라고 종용하는 일부 세력에게 선전포고(?)를 때렸다. 

"거부한다."

실랄한 비판을 기대했다. 내가 핸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적어놓은 원문을 직역할 수 있다면 더 와닿았을까? 책의 제목처럼 '시민의 불복종' 즉, 불합리한 권력에 대항하라는 주문이었다. 책을 읽으면 시민의 불복종에 대한 내용이 55페이지 정도로 짧다. 그러나 내용의 심오함과 진지함은 페이지 수가 무색할 정도로 깊고, 진하다. 작가는 1800년대 사람이지만, 뼈있는 통찰을 보여주고, 독자로 하여금 "강인한 어조"를 충분히 느끼는 문장을 느끼게 만든다.

운동을 한다, 활동을 한다는 말이 내 삶에서는 '관계없는' 일처럼 여겨졌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불합리한 일은 도처에서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직장에서든, 정치권에서든, 사회에서든 말이다. 취약계층에 진지하고, 들여다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만 보더라도 말이다. 세상이 합리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교권은 무너지고, 어른을 향한 공경심은 학생들로 하여금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득과 실이 공존한다. 사제 지간이라는 말이 이렇게 어색했던 적이 과연 있었을까? 세상이 미쳐서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써 책을 읽다보면 '피가 끓어' 버리는 신기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200년 전에 작가의 통찰력을 읽으면서 대리만족도 할 수 있다. 

책은 전반부와 중반부, 후반부로 나뉘는데, 중반부는 자신이 키우던 돼지가 탈출하여 마을에서 구조(?)한 사건을 다룬다. 천재적인 작가의 재치있고, 심지어 유머러스한 묘사가 독특하고, 재미있다. 돼지가 탈출했던 사건을 떠올리면서 '자신이 돼지를 잡아야 된다'는 미션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읽어보면 웃음이 나온다.

후반부에는 '야생사과'를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묘사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야생사과는 참 특이하다. 왜냐하면 난생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글로 읽으면서 와닿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쩜.. 묘사를 찰지하게 하는지 천재적인 작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름도 제각각이며, 야생사과를 한 번쯤 꼭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글을 읽는 내내 들었다. 야생사과는 현대에서 푸대접 받는다. 작가는 푸대접 받는 야생사과의 현실과는 다르게 이상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야생사과를 먹어보고 싶었다. 진심. 핸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다른 책도 관심이 간다.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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