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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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본 일이 있을까? 내가 겪고 있는 상황들, 내가 벌여놓은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이유는 나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는 심리적 방어기제 덕분 일지도 모른다. 설령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고, 뒤에서 조롱하더라도 앞에서는 '헤헤' 거리며 칭찬하고 있으면 정작 사건의 당사자는 '그런 줄' 알고 착각한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일상의 나라는 자아와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을까였다. 주변에서 칭찬해주거나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말을 걸어주는 것으로 '기쁨'과 '환희'를 느낀 적이 많았고, 그것이 인생의 행복으로 자리 잡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아뿔사, 인간은 홀로 설 수 없고, 혼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가족, 친구, 연인, 배우자, 자녀들에게 의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른 경험을 내게 간접적으로 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행복하다는 것에 대한 기준은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오롯이 '내'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나 내 꿈, 내 미래, 내 취미, 내 웃음, 내 행복과 같이 '다른 집에는 뭐했어?'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나는 오늘 뭐했고, 앞으로 뭐할 것이다.'라고 묻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남과의 무한 비교를 당하는 문화 속에서 자랐던 이유에서인지 '남에게 인정 받지 않으면' 안된다고 경험적으로 배웠다.

   흔히 '엄마 친구 아들'의 취업 소식 또는 대학 입학 소식은 그렇게 떠들어 대던 우리 어머니. 그리고 결혼에 대해서도 '남의 집 자식' 이야기를 은연 중에 말씀하시는 어머니. 남의 집 자랑질을 하듯이 당신의 아들 자랑도 하고 싶다고 지나가면서 이야기하시는 어머니. 어머니 연배의 사람들은 그런 문화가 익숙해서인지 그 사람도 자랑하고, 우리도 자랑하고, 뭐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빠져있는데 말이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남부럽지 않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 정도로 비교에 이골이 났다. 하다못해 그 집에 어떤 자동차, 어떤 TV, 어떤 냉장고를 샀는지도 관심사이다. 그리고 어떤 아파트를 갔는지, 전세인지, 자가인지... 그러면서 월세라고 할 때 짓는 그 '뭐 같은' 표정은 뭘까... 결국은 다름을 인정해주지 않고, 인정 받지도 못하는 악순환의 연속이 아닐까. 천편일률적으로 정해진 삶만 있는 것은 아님에도 우리는 늘상 이야기한다. '취업은 어디로 했어?' 젠장, 이 책의 작가님의 통찰력에 감탄하고, 읽기 쉽게 쓰여진 문장도 반가웠다. 그리고 우리나라, 우리가 처한 상황을 다른 시각에서 본 것도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개인주의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자신도 개인주의자라고 말하는 부분이었고, 오히려 이 책에서도 소개된 책들을 또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작가님의 생각에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었으나 우리나라의 문화(집단주의)를 바라본 시선은 시원했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행복의 기쁨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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