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엔도 슈사쿠 지음, 송태욱 옮김 / 포이에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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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 포아에마  / 엔도 슈사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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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쓰고 그가 읽은 책들을 통해 엔도의 사고의 틀에 한 발자욱 다가갈 수 있는 강의집이다.

<침묵>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안내를 시작으로 6개의 강의와 그의 작품 <사무라이>와 마지막 소설가로서의 변신을 꽤한 <스캔들>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

인생에도 후미에가 있으니까 - <침묵>이 완성되기까지

문학과 종교 사이의 골짜기에서

첫 번째 강의 - 교향악을 들려주는 것이 종교

두 번째 강의 - 사람이 미소 지을 때

세 번째 강의 - 연민이라는 업

네 번째 강의 - 육욕이라는 등산로 입구

다섯 번째 강의 - 성녀로서가 아니라

여섯 번째 강의 - 그 무력한 남자.

의지가 강한 자와 나약한 자가 만나는 곳 - <침묵>에서 <사무라이>로

진정한 '나'를 찾아서

엔도는 강의를 통해 뼈속까지 소설가일 수 밖에 없는 그를 드러내보인다. 대설가가 아니라 소설가이기에 작은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는 농담으로 강연을 시작하는 그이지만 그의 강연은 소설이 아닌 대설이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 깨닫게 된다. 그가 바라보는 세계는 강한 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아니다. 자신과 같이 소심하고 나약한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다. 그런 까닭에 그는 인생의 질곡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다. 그 질곡속에 임하는 신의 임재를 누구보다도 갈망하고 사모하는 사람이다. 그는 그의 작품을 통해 이 세상에서는 소외되고 배제되는 소리죽인자들의 목소리가 되고자 했다. 

  "우리 소설가는 여러분과 마찬가지고 인생을 알 수 없고 인생에 대해 결론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손으로 더듬듯이 소설을 스고 있을 뿐입니다. ... 소설가는 헤매고 헤매는 사람입니다. 어둠 속에서 헤매고 손으로 더듬어가며 인생의 수수께끼에 조금씩이라도 다가가고 싶어서 소설을 쓰는 겁니다.p18-19"

"역사가 침묵하고 교회가 침묵하고 일본도 침묵하는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생명을 주고 그들의 탄식에 목소리를 주고 그들이 말하고 싶었던 것을 조금이라도 말하게 하고 다시 한 번 그들을 걷게 하며 그들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정치가나 역사가의 일이 아니라 역시 소설가의 일입니다."p25

그의 소설의 그리스도교 작품으로 한정한다면 그의 작품을 반쪽밖에 경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의 작품속에는 연약한 인간이 겪는 내밀한 갈등과 고통이 너무나 세밀하고 자애로운 눈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인간의 모든 것을 직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질퍽한 부분, 죄와 악의 부분도 깊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소설을 스고 있으면 육욕을 갖고 살인을 범하고 질투심을 가진 인간의 어둡고 지저분한 부분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p51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테레즈 데스케루>, 그레이엄 그린의<사건의 핵심>,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쥘리앵 그린의<모이라> 베르나노스의<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그의 작품 <사무라이><스캔들>까지 그의 눈에 나타난 그리스도교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우리들에게 폭넓은 작품이해로 이끌어준다.그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례를 받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그리스도교에 대한 표현을 하지만 그는 그만의 잘 차려진 옷을 입고 있었다. 분명한 신앙의 색채. 그리고 그 색채는 그의 사상과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나 우리들에게 일본적 예수의 눈, 일본적 예수의 마음을 보게한다.

 "그리스도교의 사고에서는 매력이 없는 것 퇴색한 것 괴로운 것도 버리지 않는 게 사랑입니다. 사실 인생이란 종기 같은 것입니다. 종기 같은 인생이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고 소중하게 맛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p111

"우리가 가장 불결하다고 생각하는 배덕조차도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것을 이용합니다. 이용할 뿐만 아니라 그 배덕 안에서 신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을 저도 소설을 쓰거나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살아오는 가운데 알게 되었습니다."p137

일본으로 가 엔도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할만큼 젊지도 여력도 없지만 알면 알수록 그의 책을 대하면 대할수록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일본에 있을 때 엔도를 알았다면 내 인생도 어쩜 바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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