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스미노 요루作 / 소미미디어



<君に届けたい - 너에게 닿고 싶어.>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닿기를 원한다. 나의 마음이, 나의 체온이 그 누군가에게 닿아 내가 이해받기를, 내가 그를 이해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이것이 바로 관계다. 관계는 삶이고, 관계는 살아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살아가는 것이 녹녹하지 않듯, 관계 또한 그렇다. 관계에 능숙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나같이 늘 관계형성에 미숙한 사람이 있다. 능숙하든 미숙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마음은 "君に届けたい" 너에게 닿고 싶은 것 아니겠는가?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관계형성에 미숙한 남자아이와 관계 속에 삶의 의미를 누리며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여자아이가 나누는 삶의 이야기다.

"나 혼자서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없어. 누군가를 좋아 하는데, 누군가는 싫어하는 나, 누군가와 함께하면 즐거운데, 누군가와 함께하면 짜증난다고 생각하는 나, 그런 사람들과 나의 관계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산다는 것이라고 생각해. 내 마음이 있는 것은 다른 모두가 있기 때문이고 내 몸이 있는 것은 다른 모두가 잡아주기 때문이야.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나는 지금 살아있어. 아직 이곳에 살아있어." p222

이 책을 처음 접할 때 강력한 제목에서 단순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고딩들의 풋풋한 사랑의 이야기, 즉 가볍게 읽을 하이틴 로맨스는 아니란 것을 눈치를 채야만 한다. 한 사람을 관계를 통해 알아감에 따라 그 사람의 존재자체, 본질을 보고 그를 닮아가려고 하는 삶의 여정.
자기 자신에 골몰하여 다른 이들을 바라보지 못하는 소라껍질속의 한 사람이 더 넓은 바다를 향해 항해를 시작하는 것, 다른 이들 속에서만 존재하는 의존적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 자신만의 고유한 내면을 바라보는 것. 그리하여 다른 그 무엇이 아닌 그 존재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 그런 이야기가 식상한 사랑. 연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용액(溶液)속에서 고스란히 현상되는 필름처럼 드러나 보이는 이야기이다.



"타인과의 관계가 한 사람을 만드는 거니까 우리 반 아이들 역시 친구나 연인과 함께 가 아니면 자신을 유지할 수 없을 거야. 누군가와 비교당하고 나를 비교해가면서 비로소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어. 그게 ‘내게 있어서의 산다는 것’이야. 하지만 너는 너만은 항상 너 자신이었어. 너는 타인관의 관계가 아니라 저 자신을 응시함으로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었어, 나도 나 자신만의 매력을 갖고 싶어 .친구라느니 연인이라느니 그런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 네가 나를 선택해준 거잖아.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를 선택해준 거잖아. 처음으로 나는 나 자신으로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어. 처음으로 나는 나 자신이 단 한 사람뿐인 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어. 고마워. 17년 나는 너에게 필요한 사람이기를 기다렸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벚꽃이 사쿠라가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p290-291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며 사랑받으며 살기를 원한다. 또한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는 고유한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스스로를 보는 눈을 갖지 못할 때가 많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는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겁쟁이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사랑해주는 그의 시선이 있을 때, 우리는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용기를 갖게 된다.
사랑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하고, 그 사랑이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며. 비로소 반대편에 서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그를 닮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 마음은 이제 그의 췌장을 원하게 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그의 신체의 일부를 통해 그의 영혼을 소유하고픈 강렬한 갈망을 갖게 된다.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17년을 기다려 쉬이 지는 봄꽃처럼 그녀는 사라지지만 그 봄꽃의 눈부심은 소설 속 소년의 삶속에 깊이 아로 새겨지듯 우리 삶에도 필요를 채워주며 영혼을 소유하며 지워지지 않는 눈부심으로 남는 그러한 사랑이 있지 않을까?

나의 봄. 나의 눈부심. 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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