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진.세상으로 만든 노래
신현준 / 새길아카데미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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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죽은 날 The day, the music died'이란 표현을 조사로 들었던 대중음악가는 지금까지 두 사람 뿐이다.
비행기 사고로 죽은 50년대 로큰롤 스타 버디 홀리와 광적인 팬의 총에 쓰러진 존 레넌. 그 가운데에서 사후에도 끊임없는 평가와 재해석의 대상이 되는 쪽을 굳이 말한다면 많은 쪽이 레넌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레넌은 그가 몸 담았던 시대의 아이콘이었다는 이유로써. 이른바 록의 르네상스라 말하는 1960년대에서 레넌이란 이름이 자리잡는 비중은, 적어도 비틀즈를 생각한다면 별 다섯 개급이라 해도 무리는 없다.
'러브, 러브 미 두'를 외치던 틴에이지 스타에서, '세이 유 원트 어 레볼루션'을 읊조리는 '아티스트'로의 전이는 그 시대를 고스란히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는 증거 그 자체였기도.
이렇게 내면의 스펙트럼이 넓었던 사람의 삶을 글로써 드러내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레넌 가라사대...' 식의 맹목적 숭배이냐, 빌보드나 롤링 스톤 같은 외국 자료 해석으로 일관하는, 연대표식 나열이냐 하는 극과 극의 글쓰기가 나오기 십상이니. 이런 글에 쉽게 질려버릴 독자들은 늘 절충적인 대안을 바라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나아가 왜 레넌의 삶은 그러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글쓰기에 녹여본다면?

신현준의 레넌 평전, <이매진, 세상으로 만든 노래>는 이러한 의문을 출발점으로 레넌의 삶을 해석하고 있다. 당시 영국 청년 집단의 한 유형으로서 답답하고 비루하기까지 한 노동 계급의 삶을 록 음악으로 송두리째 바꿔보려는 스타 지망생 존의 모습에 대한 지은이의 식견은 책이 나왔던 93년 당시로서는 상당히 새로운 것이기도 했다. '대중음악의 사회학적 해석'이라는 딱딱한 말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말이다.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에 이르는 동안 레넌을 '팝 스타이면서도 팝 스타덤과 싸운 존재'로 규정하며 '자신이 서있는 곳에 대해 극한적으로 사고하고 끊임없이 싸웠다는' 이유로 '혁명가' 레넌의 삶을 위대하다 평가하는 이 책에서, 평전이 흔히 드러내는 자의적 해석의 기미를 좀처럼 엿보기 어렵다는 느낌은 비단 나만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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