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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정여울을 좋아한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미디어 아라크네'에서였다. 신문방송학과 전공학생이었던 나는 미디어 비평을 제법 세련되게 하는 일련의 글쟁이들을 좋아했다. 영화평론가 허지웅이라든가, 시니컬한 애티튜드만큼이나 섬세한 미학 칼럼들을 꾸준히 써온 진중권의 책들은 주변 학생들도 많이 읽어보며 문화 비평의 센스를 늘려가던 레퍼런스였다.


내가 정여울을 마음에 들어했던 것은, 그녀의 책에서는 그녀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다. 대개 심드렁할 것 같은 그녀의 저자소개 사진을 보아서 그런 걸까, 그녀는 어딘가에서 몹시 화나거나 어떤 사상에 몹시 과민 반응한다거나 하는 대신 동시대인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하고 의문을 제기할 만한 사실을 부드럽게 서술한다. 적어도 미디어 아라크네는 그랬다.


그런 그녀에게 유럽이라면? 그러니까 어떤 지리적 공간, 거기서 사랑도 할 수 있고 맛집도 찾을 수 있고 사건 사고도 겪을 수 있다는 조건 하에서 - 그녀는 사실 그녀의 성품이나 감수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녀의 욕구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유럽은 얼마나 아름답고 부럽고 또 행복한 곳이었기에 - 자기만 알고 싶은 걸까?


나도 그런 유럽이 있다. 나는 노르웨이에서 1년을 살았다.


내게는 노르웨이에서의 1년이 그랬다. 사실 1년 중 3개월 정도는 해외에 나가있었으니 (잠깐 잠깐 씩) 1년 꽉 채워 있었다고 말하지 못한다해도 어쨌든 2011년 1월초부터, 2011년 연말까지- 나는 노르웨이에 있었다. 


노르웨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게 정말 낭만적인 나라였다. 여름이면 호수에서 누가 보든 말든 수영을하고, 겨울이면 동네 어귀에서 우리가 조깅을 하듯이 스키를 탄다. 자연에 동화되어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 것이 새삼 뭐 그리 몰랐냐는 듯이 노르웨이 사람들은 문명의 휩쓸려 소외되지 않는 것만 같았다.


물론 나는 단편적인 것만 보고 노르웨이를 부러워하지는 않았다. 단기간의 여행이라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1년 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그곳에 있으면서 - 그 모든 마음의 여유가 석유 덕분에 쌓인 나라의 넉넉한 재정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그 모든 자연에 대한 어울림이 혹독한 날씨를 극복해야 했던 스칸디나비아 반도 인의 투쟁으로부터 얻어낸 지혜였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굴지의 건축물이나 걸작으로 가득 찬 미술관은 우리가 지금 당장 가질 수 없지만, 광장의 문화, 골목길의 문화는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함께 누릴 수 있는 기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p.91



그래서 나만 알고 싶은 어떤 '나라'가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막연한 여기 아닌 다른 어디에 대한 무한정 동경보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 대한 활력과 의미를 부여한다고 본다. 노르웨이에서 지낸 경험과 사색 덕분에 내가 한국에 돌아와 누리는 삶이 더 질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르웨이 눈 밭을 비키니 입고 뛰어다니다 숲 속 사우나에 들어가보는 상쾌함이, 하늘에 펼쳐진 오로라를 보면서 삶에 감사하게 된 경이로움이, 노르웨이 남자를 만나 낯선 나라에 정착하면서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부터의 새로운 발견이 - 내게 한국이라는 기존에 익숙했던 문화권에서 두려워하거나 어렵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전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했기 때문이다.


여행은 그렇다. 내가 오랫동안 머물러있던 곳의 사상과 통념들이 사실은 일정한 규칙에 불가하며, 지금 나와 다르게 살아도 전혀 문제 될게 없다는 것을, 그러니까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한다. 또 여행은 그렇다. 내가 목말라하는 것들과 사랑하는 것들이 언제나 전혀 색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또 여행은 그렇다. 그래서 내가 언제 외롭고 행복하며 언제 비겁하며 언제 즐거운지 알게 하기에 - 원래 지내고 있던 곳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맨 얼굴을 보며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늘 노르웨이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곳에서 내가 언제 외로웠고 언제 건강했고, 언제 용감했는지 늘 이야기한다. 그것은 끝나지 않는 자랑스러움이고 즐거움이다. 아마도 그래서 정여울은 '나만 알고 싶은 유럽'을 이렇게 길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나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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