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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상실이란 가장 개인적이지만 가장 보편적이기도 한 것


 아내를 잃는 감정은 내가 익히 가져보지 못한 것이다. 결혼을 해본 적도 없지만 - 누구에게나 이별은 같은 형태와 색으로 복사 체험될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어떤 상실에 대한 보편적인 정서 공감은 가능하리라. 그러니 나는 말할 수 있다. 이별은 해 보았고, 상실은 해 보았다고. 나 역시 연애를 하다 결별을 겪어 보았고, 열렬히 붙어다녔던 친구들과 멀어졌으며 이 한 몸 바쳐서 영원히 사수하리라 생각했던 열정을 포기한 적도 있었으며, 심지어 사랑했던 강아지를 잃어버린 경험도 있다. 상실은 가장 개인적이지만 가장 보편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야기 속의 남자는 역시 상실하는 여느 사람들과 공통의 증상을 겪는다. 때로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잃어버린 것은 아내가 맞는데 그로인해 자신의 내부에 있었던 어떤 자존감과 안정적인 정서까지 상실한다. 외부에 대한 믿음도 상실한다. 더불어서 주위의 지인들 역시 그와 멀어지고, 그가 상실하는 거대한 무리의 하나로 자리를 차지해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그런 상실과 부재에 관한 어떤 주인공의 리액션을 덤덤히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개인적인 '잃어버림'과 '분리'의 감정을 그저 개인적인 것만이 아닌, 극히 보편적인 것으로 바라보게 도와준다. 주인공의 태도 역시 그러하다. 극한의 상황이라도 할 수 있는 슬프고, 처참하고, 가혹하고 잔인한 시간의 주어짐을 뚜벅뚜벅 하나하나 받아들이고 응시하며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처참해질 것이다. 건강하다는 증거로써.


 그것은 결별과 분리, 그리고 이별과 상실의 감정을 보편적으로 학습하고 겪어내는 이들의 모든 태도와도 비슷해 보인다. 물론 우리는 주인공이 자살을 생각했던 모습처럼 이별 앞에서 얼마나 처참해지는 지를 잘 알고 있다. 망가지고, 무너지고, 일그러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신의 밑바닥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기분이 어떠냐고? 가령 몇 백 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떨어지는 내내 의식이 있는 상태였고, 장미 화단에 발로 착지해 무릎까지 파묻히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내장기관이 파열되어 몸 밖으로 다 터져 나왔다면 어떨까. 기분이 그러한데, 무슨 이유로 그러지 않은 것처럼 보여야 하는가. p.127


 다만 우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쾌락의 상실과 이별의 당도가, 동시대가 아닌 모든 시간대에 걸친 인류의 보편적인 소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때에 한층 성장한다. 행운이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예술가들이, 상실의 처참함을 극도로 안정적이고 개관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로 건강하게 묘사해준 뒤에 다시 일으켜주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한 예술가 중에 처참한 외로움을 이야기한 뭉크를 좋아하고, 상실 이후의 갈망을 이야기한 하루키를 좋아해 왔다. 관계로부터 확장되고 깊어지는 개인의 세계관을 예민하게 애정하는 김연수 역시 사랑한다. 그들은 고독을 알고, 관계망을 추구하는 것을 독려하는 작가들이다. 이제 지금,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이 작가를 좋아해보려는 생각이다.

비탄은 시간을 바꾼다. 

시간의 길이를, 시간의 결을, 시간의 기능을 바꿔놓는다. 
오늘 하루가 내일과 전혀 다르지 않게 돼버린 마당에, 굳이 각각의 날들에 별도의 이름을 붙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공간 또한 바뀌게 된다. 
우리는 새로운 지도 제작법에 의거해 측량된 새로운 지형에 들어서게 된다. 

'상실의 사마''(무풍지대인) 무심의 호수' '(말라서) 황무지가 된 강' '자기연민의 습지' '기억의 (지하) 동굴' 등을 표시한 17세기 지도와 흡사한 그 지도에서 당신은 당신의 위치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p.139



그럼, 사랑은 그렇게만 끝나지는 않는다.

P.s 참, 작가의 서술 방식이 참 흥미롭다. 그는 사랑을 서사를, 인류의 역사로 은유할 줄 아는 사람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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