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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죽음이란 무엇인가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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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버튼의 영화 중에, 빅피쉬라는 영화를 제일 좋아한다.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허풍이라고 생각했던 젊은 날의 무용담들이, 사실은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빚어낸 우화라는, 이야기의 숭고함을 전해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 영화 '빅피쉬'를 꺼내든 이유는, 영화가 이야기의 숭고함을 말하기 위해서 '죽음'의 서사를 굵직하게 차용하기 때문이다. 빅피쉬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어린시절,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 보여주는 마녀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재미를 발하는 지점은 조금 더 뒤다. 주인공 아버지 '에드워드'는 위험 상황이 닥칠 때 이렇게 말한다. "난 알아. 난 이렇게 죽지않아."


  죽음을 안다면 사는 데 더 용감해질 수 있을까? 사는 게 뭔지 알게 된다면 죽음이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


 일단 저자는 전체적으로, 죽음 이후에 인간의 정신 적인 세계나 혹은 사후 세계, 영혼의 자취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물리적 혹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며, 그러한 가정 자체가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음으로부터 불행을 생활로 편입시키는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견 타당한 주장이다. 실제로 우리가 죽음 이후에 아무런 고통도, 염려도, 후회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죽음이 우리에게 어떤 불행의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적어도 '감각'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우리가 죽음으로 부터 느끼는 안위의 불안과 안타까움이 증폭될 리는 없다. 영생이라는 것이, 인간에게는 오히려 해악이라는 저자의 논의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다. 꿈을 이뤘는데 인생은 지속된다는 것이 비극이라는 말을 누가 했던가. 


" 내가 죽고 나서 내 몸이 부활하거나 내 인격이 이식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죽음이 나의 진정한 종말이라 생각한다. 죽음은 나의 끝이자 내 인격의 끝이다. 이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이다. 죽음은 그야말로 모든 것의 끝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논의에 동의를 한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사후 세계에 대해 특별히 상상해본 적도 없다. 어쩌면 그래서 그동안 죽음에 대한 공포 보다는 사는 것에 대한 공포를 더욱 느꼈던 것 같다. 살아 가는 순간 순간에 행복을 느끼지 못할 때, 그것은 어느 순간 우리에게 죽음을 불사르고 싶어질 정도의 불안감과 불만족을 선사하지 않았던가.  


  죽음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풀어가기 위해 작가의 토론식의 서술방식은 충분한 생각을 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이런 서술 방식은, 본래 책의 내용이 강의에서 발췌되고 편집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런 이유로 다소 장황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마 그것은 이 두꺼운 책을,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올린 이 책을 단기간에 읽어내려가려 했던 내 탓도 클 것이다. 이런 책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의 논의들을 하루 한시간 강연 듣듯이 천천히 진도를 빼는 것이 좋을테니 말이다.


*


  하지만 적어도 저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 '빅피쉬'의 잠깐의 장면이 주는 은유보다 내게 약하게 다가왔던 것은, 이 두꺼운 책의 논의가 일상에 힘을 부여하는 추동력은 주지 못했다는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죽음 이후에 감각과 영혼의 생명의 존속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조차 확실하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죽음 이후의 상태에 대해 무지하다. 그게 바로 죽음이다. '무지'의 상태. 그런 이유에서 우리는 죽음이란 무엇인지 궁금해 하지 않았던가? 그런 상태에서 이어진 책 속의 논의가 우리 무의식 속의 죽음에 대한 '무지'의 동어반복이라고 느낀 것은 나 뿐이었을까.


  죽음이란 무엇인가. 여전히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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