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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닦고 스피노자 - 마음을 위로하는 에티카 새로 읽기
신승철 지음 / 동녘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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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불안함과 강박증에 대해서 지적해온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리멸렬한 삶 속에서 우리는 누구의 위로와 누구의 구원을 기대하는 것 조차 귀찮을 정도니까. 학교, 회사, 노후, 이 세가지로 밖에 압축될 수 없는 우리의 삶 속에 필요한 감초는 무엇일까? 작년 한 해 힐링과 멘토라는 단어가 지친 사람들에게 많은 힘을 준 바 있다. 예능 프로그램 까지 힐링을 자처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그런 힐링의 한 해를 마감하는 때에, 우리에게 철학자가 말을 건다. 스피노자다.


 책은 요수타인 가아더의 유명한 철학 책 <소피의 세계>를 연상 시키는 구조다. <소피의 세계>는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매일 소피가 발신인을 알 수 없는 편지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편지는 소피에서 '철학'에 대해서 알려준다. 세상의 만물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 것이며, 그것에 대한 고민을 해왔던 그리스 자연 주의 철학자들과 이후의 실존 주의 철학자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소피는 여느 때처럼 일상을 보내면서도 철학을 알려주는 편지가 도착하면 세상을 향해, 소피를 향해 던져지는 어려운 질문들과 이야기에 매료된다. 


 <눈물 닦고, 스피노자>는 고시원 청년이 새벽이면 화장실 거울을 통해 스피노자를 만나는 이야기다.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고시원 청년은 스피노자에게 갖은 신세 한탄을 실시한다. 그리고 스피노자는 그런 그에게 진심어린 조언과, 다양한 철학적인 이야기로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떄로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눈물 닦고 스피노자> 가 <소피의 세계>와 다른 점은, 소피가 세상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것이 편지라면, 거울 속의 스피노자는 청년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불안과 강박증을 이해하고 그것을 소화시키는 방법을 일러주는 처방전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스피노자의 어려운 철학 이야기를 새롭게 조망하려고 했던 소설 형식의 단행본 구성은 다소 성공적이지 못하다. 안타깝게도, 모든 문체는 어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부재하다. 가령 <스피노자의 신체 변용 모델은 발작을 일으키는 평행으로부터 벗어난 신체 상태를 변용의 흐름을 통해서 공황 발작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에서..> 와 같은 매우 정제되지 않고 어려운 표현이 책 페이지들을 도배하고 있다. 이런 이론의 정확한 적용은 스피노자의 철학 이론과 사상을 오해 없이 이해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이 한 사람의 철학 사상을 통해 현대인의 우울함과 인간 소외를 위로하고 슬기롭게 해결하는 지혜를 선물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조금 더 쉽고 가벼운 표현으로 책을 구성했어야 한다.


 요수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는 노르웨이에서 출간 되고 지금 한국에서 조차 철학 코너의 스테디셀러일 정도로 유명한 철학 입문서가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이 처음에 어린이를 위한, 혹은 철학 입문자를 위한 판타지 소설을 표방하며 등장했을 당시에도 어린이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다만 성인의 동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 받았다. 철학은 그만큼 추상적이고 어려운 이론이다. 몇 백년, 천여년에 걸쳐서 쌓아올린 사상이 현대인에게 쉽게 다가올 리 있을까 ? 재미있고 쉬운 소설을 통해 어려운 철학을 쉽게 담아내려는 노력은 돋보이지만, 그 속에 녹아든 철학에 관한 스피노자 캐릭터의 설명은 전혀 풀어 쓰여져 있지 않다. 과연 갖은 스트레스와 경쟁의 소화 불량, 강박증을 앓고 있는 독자들에게 결코 새롭지도 않은 판타지 픽션과 그 속에 녹아들지 못한 어려운 문체의 철학의 위로가 얼마나 달콤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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