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가 나를 떠나면
크리스털 하나 김 지음, 허선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8월
평점 :
[협찬도서]
살다 보면
내 이름보다 더 자주 불리는 이름이 생깁니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가족을 위해 살고
아이를 위해 살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싶지?’
라는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네가 나를 떠나면>의 해미도 그랬습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열여섯 살이었던 해미는
어머니와 병든 남동생을 데리고 피난을 떠나
부산의 작은 난민촌에 도착합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동생의 약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시간.
그때 해미 앞에 두 남자가 나타납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경환과
경환의 사촌이자 부유한 집안의 지수.
해미는 경환을 좋아했지만
가족을 살리기 위해 지수를 선택합니다.
사랑보다 생존이 먼저였던 선택.
그 선택을 옳다거나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때의 해미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삶이 너무 적었으니까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남편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면서도
해미는 계속 무언가를 원합니다.
영어를 배우고 싶었고
일을 하고 싶었고
아이를 더 낳지 않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그저 ‘이해미’라는 한 사람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살아온 시대는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해미의 삶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나라는 빠르게 변해가는데도
한 여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습니다.
해미의 삶이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어서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조금씩 나를 뒤로 미루며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은
꼭 반대되는 일이 아닐 텐데 말이지요.
책장을 덮고 한참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내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만큼은
누군가가 불러주는 이름뿐 아니라
내가 나를 부를 수 있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민 2세대인 작가가
외할머니의 한국전쟁 피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한 책입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