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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집 - 보림 창립 50주년 기념 그림책 ㅣ 내일의 책
이혜리 지음 / 보림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봄이면 마당에 한가득 핀 복사꽃을 바라보고,
꽃밭을 가꾸며 '과수원 길'노래도 흥얼흥얼 부르는 사자 씨.
사자 씨가 꽃밭을 가꾸는 동안
함께 사는 토끼 씨는 마당 한편에 앉아 자기 일을 합니다.
사자 씨와 토끼 씨에 아침은 늘 같습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아침을 먹고 나면
사자 씨는 청소를, 토끼 씨는 설거지를 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청소를 하던 사자 씨가
복숭아나무 아래에 있는 초록 옷을 입은 아이를 봅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아이는 사라지고 없었지요.
도서관을 다녀오던 길에 마트에 들른 사자 씨는
또다시 초록 옷을 입을 아이를 봅니다.
호기심에 사자 씨는 그 아이를 따라가는데요.
이번에도 아이는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사자 씨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요.
갑자기 집으로 가는 길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늘 다니던 길인데도 집을 찾을 수 없었지요.
그 이후 사자 씨가 달라집니다.
엉뚱한 소리를 하고 뭐든 맘대로 하려고 합니다.
그런 사자 씨에게 토끼 씨는 짜증을 내고
그런 토끼 씨에게 사자 씨는 자주 화를 냈지요.
어느 날 또다시 초록 옷을 입을 아이를 본 사자 씨는
눈앞이 뿌예지면서 힘이 빠져 주저 않습니다.
놀란 토끼 씨는 사자 씨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데요.
진찰을 마친 의사 선생님은
사자 씨가 '기억을 잃는 병'에 걸렸다고 말합니다.
평온했던 둘의 일상이 달라집니다.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사자 씨를 보며 토끼 씨는 묻습니다.
"기억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사자 씨는 사자 씨일까?"
보림출판사 창립 50주년 기념 도서 <내일의 책> 시리즈
두 번째 출간 도서 <기억의 집>입니다.
이번 책은 치매를 다루고 있는데요.
이혜리 작가 자신의 경험을 모티브로 창작한 그림책입니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만큼 치매인구도 늘어났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나의 가족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라
사자 씨와 토끼 씨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치매를 진단받고 기억을 잃어가며
불안하고 무기력해지는 사자 씨의 모습을 통해
치매를 겪는 사람의 마음이 저렇겠구나를 느끼며
안타깝고 마음 아팠습니다.
치매라는 병이 겪는 사람도 힘들지만
치매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 힘들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겪는 심리적인 분노, 죄책감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라 더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그림책은
둘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모습부터
치매가 진행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세세하게 잘 보여주고 있어요.
그 이야기를 통해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그리고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존재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하네요.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위로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