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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밤에 나 홀로 ㅣ 고래뱃속 창작동화 (작은 고래의 바다) 22
김진원 지음, 조혜원 그림 / 고래뱃속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번쩍!
번개가 치더니 세상이 깜깜해졌습니다.
정전이 되었나 봐요.
아빠는 촛불을 켭니다.
병원에 계신 할머니가 걱정이 된 아빠는
할머니에게 다녀올 동안 은재 혼자 있을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걱정 말고 다녀오라는 은재에게 아빠는
모르는 사람한테 절대로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며
현관문 걸쇠를 꼭 잠그고 있으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아빠가 나가고 깜박 잠이 든 은재.
화들짝 놀라며 눈을 뜹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버릇처럼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켜는데요.
호랑이 아나운서가 나와 뉴스를 전하고 있네요.
번개로 인한 정전으로 동물원 동물들이 모두 탈출했다네요.
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문에 달리 조그만 구멍을 내다보니 갈색 털이 보입니다.
살짝 현관문을 열어보니
작은 곰 한 마리가 흠뻑 젖어 오돌오돌 딸고 있습니다.
고민하던 은재는 문을 열어 곰을 들어오게 해
젖은 몸을 닦아주고 생선을 데워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맛있게 생선을 먹던 곰의 목에 가시가 걸립니다.
은재는 가시를 빼주려고 하다가
곰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목구멍으로 다시 기어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은재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는데요.
터덜터덜 길을 따라가는 은재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듭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 아닙니다.
작년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은재는 아빠와 함께 할머니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은재가 살던 집에 이사를 온 지수가
은재의 반으로 전학을 오게 되지요.
'우리 집'에 살고, 비가 오면 데리러 오는 엄마가 있는 지수.
은재는 지수가 상처받지 않은 자신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지수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데요.
그럴수록 더 외롭고, 더 상처를 받게 되지요.
곰의 뱃속을 걸으며
지난 시간들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 은재는
그동안 두려움에 마주하지 못했던 자신의 상처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조금씩 아물어가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큰 아픔을 겪으면 그 마음은 정전이 된 밤처럼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겁니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잘 그려냈습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는
아이의 모습에서 용기를 봅니다.
그리고 앙상한 가지에 새잎을 돋우려는 희망도 보이네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