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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지 않아
스미노 요루 외 저자, 김현화 역자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평점 :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는 집을 나와 어딘가로 갑니다.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로 어른들은 회사로...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가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날이 있습니다.
이유가 있어서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가고 싶지 않은 날도 있습니다.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주제로 일본의 젊은 작가 여섯 명이 모여 쓴 소설집입니다.
여섯 편의 소설 속에서 가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주인공들은 학생에서부터 직장인 그리고 로봇까지 다양합니다.
그리고 가고 싶지 않은 장소도 다양합니다.
그들이 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가와 센리의 <네가 좋아하는/내가 미워하는 세상>은 학생에게 취향을 부정당하는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작가를 좋아하는 척하는 보건교사의 이야기입니다.
결국 선생님은 학생에게 자신의 취향을 들키고 맙니다.
취향이 다른 사람과 마주하기 싫어 가고 싶지 않지만 좋은 보건교사로서의 모습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와타나베 유의 <핑퐁 트리 스펀지>는 로봇이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SF입니다.
주인공이 회사에 가려고 하는데 심해생물 ‘핑퐁 트리 스펀지’를 닮은 로봇이 ‘가고 싶지 않다’는 에러 메시지를 띄웁니다.
로봇의 문제를 알기 위해 수리를 맡기는데, 이유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가고 싶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검사 결과를 듣습니다.
인간이 아닌, 감정이 없는 로봇이 ‘가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는 상황은 누구나 이유 없이 가고 싶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과거의 경험에서 미래를 예측해 회피한다. 그건 분명 근사한 일이라고, 뇌라는 건 고도의 존재구나 싶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예측하는 것도, 회피하는 것도 아닌 그저 왠지 모르게 기분에 따라가고 싶지 않다는 감각 쪽이 더 복잡하지 않을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복잡함이지만 말이다, (p.129)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합니다.
그러나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야할 즐거운 이유를 만들어 내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이겨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나 한번쯤 마음의 소리를 받아들여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실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