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열전 - 신보다 돈이 많은 금융시장의 제왕들
세바스찬 말라비 지음, 김규진 외 옮김, 오인석 감수 / 에프엔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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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찬 말라비의 <헤지펀드 열전>을 다 읽었습니다. 이 책은 616쪽의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히는 편입니다. 그러나 정작 읽는 데는 꽤 오래걸렸습니다. (엥? 뭔 말?) 

 

무슨 말인고 하니, 매끄러운 번역으로 술술 읽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616쪽의 두꺼운 페이지, 한 페이지 마다 꽉 찬 글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내용들이 좋다보니 여러번 생각을 곱씹다가 보니 결국 오래 걸렸습니다. 

 

좋은 내용들이 많은 좋은 책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좋은 건 많을 수록 좋은 거죠. 

 

이 책이 왜 중고값이 26만원 까지 올랐는 지 수긍이 되었으며, 다시 출간하여 좋은 가격에 지금 두루 볼 수 있다라는 점에서 독자들에게는 정말 행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프엔미디어 감사합니다.) 

 

<헤지펀드 열전>은 헤지펀드의 대부 앨프리드 원즐로 존스부터 이야기가 출발하여 2010년에 이르기까지의 헤지펀드들의 굵직한 역사들을 시대순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 역사 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던 헤지펀드의 대가들 마이클 스타인하트, 조지 소로스, 스탠리 드러켄밀러, 줄리언 로버트슨, 폴 튜더 존스, 제임스 사이먼스 등을 만날 수 있으며, 헤지펀드의 전략변화, 성공과 실패 사례,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 등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두꺼운 책의 헤지펀드 역사를 이해한다면 겉으로 드러난 월스트리트의 역사와 메세지가 함께 가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여러 면의 이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여러 부분들을 다 서평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길 것 같고 제가 느낀 중요 지점 몇 가지만 함께 공유해보겠습니다. 

 

* 매수와 공매도를 활용한 양방향 투자, 시장의 방향과 무관한 스프레드를 이용한 차익거래 등의 헤지펀드만의 다양한 전략 -> 이러한 거래만으로는 수익이 작기 때문에 적극적인 레버리지 활용 -> 레버리지 활용이 가능해지자 커진 자본을 활용 할 수 있는 유동성 풍부한 시장으로 진출 -> 덩치가 커진 헤지펀드가 가능한 독특한 투자 기회들 활용 -> 덩치가 큰 헤지펀드들 끼리 뭉쳐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진 세력화 -> 다양한 사례로 인한 공매도, 레버리지의 실패 -> 유동성 실종 -> 강제인출 그리고 강제청산 -> 세력화 되었던 헤지펀드들의 배신, 곧 공매도 행렬

 

대략 위와 같은 맥락으로 전체적인 스토리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밌는 점은 헤지펀드의 강점이 하락장에서의 다양한 헤지(hedge)를 통해 자산을 보호한다는 수비적인 개념으로 출발하였지만, 헤지펀드들은 그 헤지수단을 공격적으로 활용했다라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 책 중 - "헤지?" 로버트슨은 화가 나서 되물었다. "헤지? 아니, 내가 옳을 경우 돈을 덜 번다는 의미잖아."

 

예를 들어 투자 된 자산 90%를 보호하기 위해 10%는 헤지 비용으로 활용하길 바랬는 데, 그 헤지수단이 레버리지가 30~40배나 가능하다보니 역으로 자산 90%가 그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투입이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작은 스프레드를 이용해 안전한 차익을 실현한다는 것이 헤지펀드들의 이상이었으니 정작 작은 스프레드는 레버리지가 없다면 아쉬운 자본수익률 수준이 되기 때문에 이를 키울 욕심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게다가 2-20으로 통하는 운용보수 2%, 성과보수 20%수익 구조로 인해 모인 자본이 클수록 그리고 차익을 극대화 할수록 헤지펀드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크게 되므로, 그러한 방향을 더 부추기게 되었습니다. 

 

성공하면 더욱 투자자본이 모일 것이고, 혹시나 문제가 생겨도 기업이 청산 당하고 투자자들의 돈이 날아갈 뿐, 펀드매니저들 인생에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으며 이미 충분히 높은 연봉과 수익구조로 배를 불려두었기에, 헤지펀드가 좋아하는 비대칭적인 수익기회, 곧 작은 위험이지만 큰 수익을 얻을 기회가 되는 것 입니다. 

 

한 방을 크게 얻던가, 실패하면 다른 기업으로 옮겨 다시 한 방을 노리던가

 

* 책 중 - 사람들이 탄다. 사람들이 내린다. 버스는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게다가 2%라는 비용구조는 당연히 장기연평균수익률에서 2%를 지워버리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큰 비용요소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집단들이 합쳐지면 대부분 평균에 수렴 할 것이고 그 평균적인 시장지수의 수익률 10%정도에서 비용 2%도 빼고, 차익에서 20%도 빼면 얼마가 남겠습니까. 워런 버핏도 늘 비난하는 부분들이죠. 

 

또한 얼마 전에 서평한 <빅터 니더호퍼의 투기 교실>에서 배웠다시피 공매도와 레버리지, 유동성의 부족, 강제청산 및 강제인출이라는 조합은 파산의 위험이 되는 조합이기에 방식 자체가 살얼음을 걷는 방식 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헤지펀드 열전>에서도 무수히 많은 실패와 파산의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 책 중 - 타이거펀드는 1999년 상반기에 7.3%의 손실을 보았는 데 , 그사이 기술주 뮤추얼펀드는 25% 이상 상승했고 식탁에서 운용하는 데이 트레이더들이 로버트슨의 특수부대보다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타이거가 1998년 가을의 엔화 매도 손실 이후 계속 부진하자 투자자의 참을성이 소진되었다. 투자자들은 1999년 3월까지 6개월간 30억 달러를 환매했고 2분기 말까지 추가로 7억 6천만 달러를 환매했다. 투자자가 더 많이 이탈할수록 로버트슨은 보유 물량 매각을 더 많이 강제당했다.

 

그러므로 <헤지펀드 열전>에서 말하는 이러한 수익의 구조 문제점, 실패의 조합 등을 통해 우리는 자산을 잘 지키는 교훈으로 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헤지펀드 열전>이 헤지펀드의 약점과 비난만 있느냐 하실 수 있을 것 같은 데, 어느 집단에나 소수의 천재, 성공자들이 나오듯이 헤지펀드에도 그러한 대가들과 전략들이 책에서도 펼쳐집니다. 위에서 거론 된 대가들의 성공스토리들이 되겠죠. 

 

시장에 대한 적절한 시각, 과감한 레버리지, 하락장에서 적극적인 공매도, 최대한 고객들이 인출을 못하게 제한, 원자재 선물, 화폐 등 높은 유동성시장 활용, 동조된 헤지펀드 세력들의 강력한 힘, 여기에 주어진 특별한 수익 기회 등 양날의 검과 같은 수익 극대화 형태는 성공한 이들에게는 결국 엄청난 수익을 제공하였습니다. 

 

쉽게 가진 자산의 30~40배를 레버리지로 투자하여 1년에 1%만 수익을 거둬도 초기자본 대비 어떤 수익률이 나오는 지 상상해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것입니다. 

 

마이클 스타인하트, 조지 소로스, 줄리언 로버트슨, 스탠리 드러켄밀러, 제임스 사이먼스 등은 이러한 역사에 주인공들이었고, 그들만의 안정적인 전략들을 가지고 시장에서 활약하였습니다. (물론 이들도 다사다난, 우여곡절도 함께 겪습니다만)

 

* 책 중 - 타이거펀드는 1980년 5월 창립부터 1998년 8월 정점까지 수수료 공제 후 연평균 수익률 31.7%를 달성해서, S&P500지수의 12.7%를 압도했다. 

 

<헤지펀드 열전>에서 이러한 빛과 어둠의 양면 부분들을 잘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살펴보시어 여러 교훈을 얻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문으로 줄리언 로버트슨의 타이거펀드의 명암만 너무 다룬 것 같은 데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투자자이자 좋은 헤지펀드 사례입니다. 오해는 없으시길. 그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은 것은 안비밀입니다. 그러므로 <헤지펀드 열전>에서 여러 헤지펀드들이 시대순으로 진화하였듯이, 이들의 펀드 전략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 얻어가실 수 있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양날의 검 중 양면을 잘 배우시면 좋겠습니다. 

 

위에 소개 드린 부분들 외에도 평소에 많이 노출 되지 않은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이야기와 조지 소로스의 다양한 투자스토리, 마이클 스타인하트의 독특한 사례, 오랜만에 반가운 제임스 사이먼스와 데이비드 스웬슨,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워런 버핏까지 개인적으로 꽤 재밌게 보았습니다. 독서 초기에 추천사와 서문들이 40쪽에 가까워 워밍업 치고 너무 긴 거 아닙니까라며 항의(?)하고 싶기도 했지만 뒤로 갈수록 몸에 좋은 진국들이 잘 우려나왔기에 결국 지금은 다 까먹어버렸습니다.(서평쓰면서 다시 생각나는 건 까먹은 건 아닐지도..농담입니다) 

 

아무튼 헤지펀드의 역사와 대가들, 전략변화, 성공과 실패 사례,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 등을 배울 수 있었던 <헤지펀드 열전>, 투자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꼭 추천 드리며 이만 서평을 마칩니다. 

 

(또 절판되이서 다시 26만원까지 올라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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