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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 고통 없이, 내 뜻대로, 존엄하게 죽는 일은 가능한가
박혜윤.신성준.최은경 지음 / 아몬드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일본에서는 노노개호라는 용어가 탄생하였습니다. 고령의 연로한 부모를 은퇴한 자녀가 돌보는 사회현상을 일컫는 말로 인류는 과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축복을 얻었지만 동시에 준비되지 못한 노후를 맞이하거나 너무 큰 병에 걸릴 경우 오히려 죽는 것보다 못하는 삶을 살아가기도 되게 됩니다. 특히 치매 걸린 부모와 함께 살아가다가 생활고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부모와 함께 자살하는 사건이 종종 들려올 때마다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늘 논의되는 주제는 바로 흔히 '안락사'라고 불리는 조력 임종입니다.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은 정신과 전문의 박혜윤과 신장 내과 전문의 신성 존, 의료 인문학자 최은경이 함께 조력 임종과 존엄한 죽음의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본 책입니다. 저자들은 고통 없이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조력 임종의 개념과 제도, 한국의 말기 의료 현실, 해외 사례와 윤리적 쟁점까지 폭넓게 다룹니다. 특히 조력 임종을 무조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우기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료의 역할, 사회적 책임을 함께 살펴보며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둡니다. 또한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현실과 돌봄의 문제를 함께 조명하며, 우리가 막연히 꿈꾸는 '깨끗한 죽음'이 얼마나 복합적인 조건 위에 놓여 있는지를 우리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줍니다.
특히 이 책이 가장 좋은 점은 인문학자와 의사들이 모여 서술했기 때문에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연 안락사가 허용되었을 때 정말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맞는가라는 인문학적 논의에서 시작해서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에 대해 통계학적, 법학적으로 다루어 주고 이를 의학적 조건까지 더해서 설명해 주기 때문에 정말 안락사란 과연 허용될 것인가, 허용된다면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