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
유진 지음 / 빅피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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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금의 비행기 수칙은 피로 쓰여진 법칙들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의료나 안전 시스템도 사실은 수많은 사고와 실패 끝에 만들어진 결과일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진시황이 수은중독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수은의 위험성이 아주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마치 인류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수은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 역사를 보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은은 오랫동안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준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계속 유혹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위험한 물질인데도, 당시에는 미용 효과 때문에 화장품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엘리자베스 시대에도 수은 화장품이 널리 사용됐고, 심지어 2010년대까지도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피부를 하얗게 만든다며 판매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위험성을 몰라서라기보다, 눈앞의 효과와 욕망이 더 강했던 셈입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다 보면 인간 사회는 항상 합리적으로 발전해온 게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나아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류 멸종 실패기》는 이런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을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낸 책입니다. 왕이나 전쟁 중심으로 세계사를 설명하기보다, 인간이 어떻게 질병과 비위생, 사고 속에서 살아남아왔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과거 유럽 도시의 위생 상태나 마취 없이 진행되던 수술 이야기, 심지어 옷을 만드려고 소변 통에 가축의 털을 제거하기 위해 오래 담궈뒀다는 같은 부분은 읽는 내내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환경이 인류 역사 전체로 보면 굉장히 예외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깨끗한 물을 마시고, 감기 정도는 병원에서 쉽게 치료받고, 음식 위생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사실은 아주 최근에야 가능해진 환경이라는 겁니다. 평소에는 너무 익숙해서 잘 못 느끼지만, 역사 속 대부분의 인간은 사소한 감염이나 사고만으로도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았다는 점이 새삼 크게 다가왔습니다.


《인류 멸종 실패기》는 인류가 수많은 실패와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 지금의 문명을 만들어왔는지를 현실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과거를 낭만적으로 포장하기보다 인간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왔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역사책과는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인류가 얼마나 열악한 환경들을 넘어 현재의 문명에 도달했는지 알아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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