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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 - 유전과 교육을 둘러싼 가장 오래된 오해에 대한 행동유전학적 관점
안도 주코 지음, 허영은 옮김 / 알레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릴 때는 “엉덩이 붙이고 앉아만 있으면 공부는 된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렸습니다. 공부만큼 쉬운 게 어디 있냐는 식의 분위기도 있었고요. 그런데 대학을 나오고 성인이 되서 가끔 유튜브에 나오는 수능 강의를 보니 요즘 수능 강사들조차도 재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수능 정도는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완전히 부정하지도 그렇다고 전부 노력이라고 보지도 않는 느낌입니다.
이런 생각은 비단 공부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도 완전히 낙인을 찍기보다는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제도가 존재합니다. 범죄 이력 조회를 제한하거나 집행유예를 두는 것도 결국은 교육과 환경을 통해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과연 교육은 어디까지 유전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교육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는 이 질문을 행동유전학이라는 관점에서 풀어가는 책입니다. 저자 안도 주코는 쌍둥이 연구나 유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능이나 성격, 학업 성취 같은 요소들이 단순히 환경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유전의 영향도 함께 받는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들이 비슷한 선택을 하거나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사례들을 보면, 결과의 차이를 전부 노력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전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식으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책에서는 유전을 ‘결과를 정해놓는 요소’라기보다, 어떤 방향으로 갈 가능성을 높여주는 조건에 가깝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타고난 대로 끝난다”는 식의 해석은 경계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유전과 교육을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교육은 유전을 바꾸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특성이 어떻게 드러날지를 조정하는 환경이라는 설명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환경이 충분히 좋은 경우에는 오히려 개인의 타고난 차이가 더 크게 드러나고, 반대로 환경이 제한되면 교육이나 가정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또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흔히 부모가 아이의 결과를 거의 결정한다고 보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 역시 단순화된 해석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사람의 발달은 유전과 환경이 같이 만들어가는 결과라는 쪽에 가깝다는 이야기입니다.
《교육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는 교육과 유전이 각각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교육이 아이의 성장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정리한 책입니다. 교육과 유전 사이에서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이어가야 할지, 또는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