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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어느 이름 모를 언덕에서
임성호 지음 / 렛츠북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이전을 살펴보면 팔레스타인과 헤즈볼라를 둘러싼 충돌 속에서 이스라엘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주변 세력에 개입해왔습니다. 그중 헤즈볼라의 주요 활동 무대가 바로 레바논입니다. 아프리카나 유럽을 다니다 보면 레바논 출신의 부유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75년에서 90년까지 이어진 15년에 걸친 내전을 피해 떠났다가 타지에서 기반을 만들어온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배경을 생각해보면 레바논이라는 지역의 분쟁은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동안 식민지배 기간 동안의 이슬람교도들의 유입 그리고 이스라엘과의 갈등으로 오랜 기간동안 혼란이 지속된 지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레바논의 어느 이름 모를 언덕에서》는 레바논에서 실제로 군 생활을 했던 한 개인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입니다. 저자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장교 지원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일반 사병으로 입대해 해외 파병까지 자원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이후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레바논에 파병되어 통신 임무를 수행하며 현지에서의 경험을 기록합니다.
읽다 보면 전쟁 지역이라는 환경이 얼마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조용한 식사시간에 이스라엘 전투기의 소닉붐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민간 지역 인근에서도 언제 충돌이 일어날지 몰라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합니다. 통신 수단으로 쓰이던 삐삐가 폭탄이 되기도 하고 평범한 국가에서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계란조차도 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장염을 반복해서 걸리기도 하는 일상들이 반복되면서 ‘일상과 전쟁’이 분리되지 않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뉴스에서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일상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달해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전쟁이 거대한 정치적 사건이기 이전에, 개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환경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동시에 그런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완전히 무너지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일상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남습니다. 《레바논의 어느 이름 모를 언덕에서》는 중동 분쟁을 단순한 뉴스로 접해왔던 사람이나, 그 이면의 실제 모습을 개인의 시선에서 이해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 책입니다. 전쟁이라는 큰 주제를 보다 현실적인 감각으로 바라보고 싶은 경우에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