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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죽이기 - 현실적 악의
서맨사 바바스 지음, 김수지.김상유 옮김 / 푸른길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언론의 자유라는 말은 뉴스나 시사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표현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 문제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됩니다. 다만 평소에는 그 말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는지까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뉴욕타임스 죽이기》를 읽으면서 언론 자유라는 개념이 단순한 원칙이 아니라, 실제 사건과 법적 논쟁 속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가운데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되는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1964년에 내려진 이 판결은 공직자가 언론 보도로 인해 명예훼손을 주장하려면 언론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도했거나, 진실 여부를 무모하게 무시했다는 이른바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 판결 이후 미국에서는 권력이나 공직자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를 보다 넓게 보호하는 법적 기준이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표현의 자유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주어진 권리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는 보도가 비교적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지만, 그 과정에는 많은 갈등과 법적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이 책을 통해 드러납니다. 특히 권력에 대한 비판 보도가 법적 압박 때문에 위축될 수 있다는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 환경을 생각할 때도 여전히 의미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또한 이 책은 당시 사건에 등장했던 사람들의 상황과 선택,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까지 함께 다루고 있어 역사 이야기처럼 읽히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법적 기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어떤 갈등과 고민 속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니 사건의 의미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스 죽이기》는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한 사건을 통해 살펴보게 하는 책입니다. 언론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역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제도적으로 보호받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언론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 읽어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