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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생각한다 - 인간은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프랑스 남부 앙티브의 마린랜드 테마파크에 갇혀 있던 범고래 ‘위키’와 ‘케이조’는 프랑스 정부의 2021년 해양 포유류 쇼 금지법 이후에도 이주하지 못한 채 남겨졌습니다. 2024년 1월 시설이 폐쇄된 뒤에도 대책이 없이 방치된 채 녹조가 낀 수조에서 지내고 있었으며 최근에 수조를 지나가는 드론 소리에 반응해 묘기를 보이는 모습이 전해져 논란이 된 영상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 사례는 동물을 사고하고 느끼는 존재가 아닌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봐 온 인간의 시선을 다시 묻게 합니다. 《동물은 생각한다》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동물이 인간처럼 생각하는지를 묻기보다, 인간이 왜 오랫동안 동물을 생각하지 않는 존재로 규정해 왔는지를 추적합니다. 언어와 이성을 기준으로 인간을 우위에 두어 온 철학적 전통을 검토하며, 이러한 구분이 자연스러운 질서가 아니라 인간 중심적 사고의 산물임을 짚어냅니다. 동물은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반응하며, 그 차이는 결핍이 아니라 각 종의 조건 속에서 형성된 인지 구조임을 강조합니다.

책은 동물 윤리와 권리 문제를 감정적 호소가 아닌 사유의 문제로 다룹니다. 반려동물, 축산업, 실험 동물, 동물원과 같은 일상적 사례를 통해 인간이 동물을 보호하면서도 동시에 이용해 온 모순을 드러냅니다. 저자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보다, 인간이 어떤 기준으로 생명을 구분해 왔는지를 묻고 그 기준 자체를 재검토하도록 이끕니다.

《동물은 생각한다》는 동물을 인간과 닮았는지로 평가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각 생명이 지닌 고유한 방식과 가치를 이해하도록 돕는 책입니다. 동물을 어떻게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단순한 윤리적 유행이나 감정의 영역이 아닌 철학적 질문으로 마주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사유의 출발점이 되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