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하게 꺼지라고 외치면 돼 - 선을 지키는 사람들의 속 시원한 심리 전략
알바 카르달다 지음, 윤승진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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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관계에서 생기는 피로는 대개 갈등 그 자체보다 말을 삼키는 순간에서 시작됩니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기대를 외면하지 못한 채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감정은 조금씩 뒤로 밀리고 역할만 남습니다. 《정중하게 꺼지라고 외치면 돼》는 이런 일상이 반복되는 이유를 개인의 성격이나 배려심으로 설명하지 않고 경계가 설정되지 않은 관계 구조의 문제로 바라봅니다. 이 책은 관계를 정리하라고 말하기보다 왜 관계 안에서 자신의 기준이 흐려지는지부터 짚으며 출발합니다.


책의 중심에는 ‘거절’이 아니라 ‘표현 방식’이 놓여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폭발하거나 무조건 참는 선택지가 아니라, 불필요한 설명과 변명을 줄이고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다룹니다. 인지행동적 접근을 바탕으로,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선을 분명히 드러내는 언어 사용과 태도를 단계적으로 정리합니다. 여기서 경계 설정은 기술이 아니라 반복되는 관계 패턴을 인식하고 조정하는 과정으로 설명됩니다. 말 한마디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관계에 응답해 왔는지를 돌아보게 만들어 줍니다.


후반부에서는 죄책감과 불편함이 왜 늘 함께 따라오는지를 심리 구조로 풀어냅니다. 경계를 세우는 순간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 관계가 틀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하며, 경계가 오히려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정중하게 꺼지라고 외치면 돼》는 관계를 끊는 법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자신을 지우지 않는 방식을 정리한 책입니다. 타인의 요구 앞에서 쉽게 흔들리거나, 늘 역할에 맞춰 반응해 온 사람에게 관계를 다시 정렬할 기준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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