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모 인두투스 : 입는 인간 - 고대 가죽옷부터 조선의 갓까지, 트렌드로 읽는 인문학 이야기
이다소미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간이 옷을 입는다는 사실은 단순한 신체 보호를 넘어 문화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입는 인간》은 바로 이 점을 중심에 두고 복식을 통해 인간과 시대를 읽어내는 책입니다. 저자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브랜드를 운영하며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옷이 어떻게 인간의 삶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왔는지를 폭넓게 설명해줍니다.
복식사는 단지 패션의 변천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간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입니다. 성경 속 옷 이야기부터 유목민의 바지, 십자군 장비, 유럽 왕실의 드레스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옷이 시대마다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특히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과 시각적 요소들도 함께 실려 있어 각 시대의 모습이 좀 더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이 책의 장점은 옷과 인간을 단절된 관계가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구조로 이해하게 해 준다는 점입니다. 옷은 단순히 몸에 입는 물건이 아니라, 역사적 상황과 사회적 규범, 개인의 정체성이 얽혀 있는 복합적 상징입니다. 특정 시대의 유행은 그 시대의 가치관과 생활양식, 심지어 경제적 구조와 연관되어 있고, 이를 통해 우리는 당시 사람들의 삶과 생각까지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책은 과거 복식사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각 사례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옷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K-컬처와 같은 현대적 패션 현상이 어떻게 역사적 흐름 속에 자리 잡았는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보여 줍니다. 복식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이 자신의 몸과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해 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사회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입는 인간》은 패션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인문학적 통찰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옷이라는 구체적 사물을 통해 인간과 시대를 읽는 법을 배우게 해 주기 때문에,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역사와 문화, 사회의 관계를 깊이 있게 사유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옷과 인간의 관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내며, 우리가 몸에 두르는 옷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새롭게 바라보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