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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달콤쫄깃 시골 라이프 쌩리얼 생존기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현대인의 삶은 바쁩니다. 직장에서 치이고 돈에 치이고 관계에 치이다보면 어느새 자아는 없어진 채 똑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지쳐 한적한 귀농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생활의 터전을 옮기는 일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는 15년 차 방송 작가 아내와 PD 남편이 충남 당진의 작은 마을로 내려가 겪은 좌충우돌 시골 정착기를 담고 있습니다. "행복할 것 같으면 해보라"는 아버지의 한마디에 힘입어 시작된 이들의 여정은 마냥 낭만적이지 않은 시골의 '매운맛' 현실을, 그 가운데 있는 따뜻한 인간관계들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책은 시골 생활이 우아한 휴식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리와 노동의 연속임을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증명합니다.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집에 큰 통창을 냈더니 마을 어르신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결국 커튼을 쳐야 했고 지목이 '전(밭)'인 땅에 농사를 짓지 않으면 벌금이 나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네일아트를 포기한 손으로 부랴부랴 청보리를 심었지만 태풍에 모두 쓰러져버린 사연은 웃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또한 돌아서면 자라나는 잡초와의 전쟁, 치우자마자 다시 생기는 거미줄, 눈이 오면 꼬리뼈가 다칠 정도로 제설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 등은 아파트 생활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날것 그대로의 불편함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부족한 인프라와 텃세에 대한 걱정도 현실적인 일화들로 풀어냅니다. 마을의 막내 주민이 60대일 정도로 고령화된 곳이라 인터넷 선이 들어오지 않아 결국 사비를 들여 전봇대까지 설치해야 했던 과정은 시골 살이의 난관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 틈새로 시골 특유의 정이 스며듭니다. 늦은 밤까지 불을 켜놓으면 전기세 많이 나온다며 얼른 자라고 전화를 걸어오는 이장님의 잔소리나, 직접 농사지은 제철 식재료를 무심하게 나눠주는 이웃들의 모습은 도시의 익명성 속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끈끈한 유대감을 선사합니다.
작가는 5도 2촌(5일은 도시, 2일은 시골) 생활을 병행하며 깨달은 삶의 변화를 담담하게 기록합니다. 남들에게 뒤처질까 전전긍긍했던 두려움을 내려놓고 흙을 밟으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감각하는 시간이 어떻게 삶을 지탱하는지 보여줍니다. 막연한 환상이 아닌 구체적인 경험담을 통해 시골 생활의 명암을 보여주는 이 책은 귀촌을 꿈꾸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망설이는 직장인이나 번아웃으로 인해 잠시 멈춤 버튼이 필요한 독자들에게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참고서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