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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미각 - 설렁탕에서 떡볶이까지, 전통이 살아 숨쉬는 K-푸드 가이드
강설금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서울 종로는 오랜 세월 동안 권력과 상업, 그리고 일상의 중심이 되어온 공간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의 입맛과 삶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음식 문화가 자라났습니다. <종로 미각>은 바로 이 종로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 음식 문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책입니다.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는 안내서가 아니라 한 세기의 시간 속에서 음식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과 함께 진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미식 인문서에 가깝습니다.

책은 근대 경성에서 현대 서울로 이어지는 시간을 배경으로 종로 일대의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 맛의 1번지’로 불리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장충동 족발, 무교동 낙지볶음, 청진동 해장국 같은 메뉴들부터 한일관,남산돈까스, 서울역그릴과 같은 브랜드까지 탄생한 배경에는 시대의 흐름과 그 역사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피난 온 실향민들이 만든 장충동 족발, 노동자들의 허기를 달래던 청진동 해장국,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던 무교동 낙지볶음은 모두 종로라는 공간이 품은 역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음식의 기원을 세밀히 추적하며 각 골목이 어떻게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했는지를 설명합니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K-푸드나 한국에서 발전한 음식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가운데 ‘커피’가 눈에 띕니다. 처음에는 한국 음식역사에서 커피라니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내용을 읽다 보면 커피 또한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독살의 위험을 겪고도 커피를 끊지 못했던 고종, 허영심에 빠져 고급 커피를 즐기다 몰락해가는 일제강점기시절 젊은 모던보이들의 데이트 이야기는 한국 역사에서 커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시대의 욕망과 변화의 상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종로 미각>은 음식의 ‘지속’보다 ‘변화’에 주목합니다. 약과, 떡볶이, 빈대떡, 불고기전골 등 익숙한 음식들이 세월 속에서 어떻게 시대의 취향과 기술에 맞게 새롭게 변모했는지를 다루며 궁중 간식이던 약과가 ‘뉴트로’ 디저트로 부활하고 간장 양념 떡볶이가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통해 음식의 진화를 보여줍니다. 전통 간식이던 떡과 빈대떡, 경양식 돈가스 역시 세대의 입맛과 생활 양식에 맞게 변해왔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음식이 곧 사람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한 그릇의 음식에는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땀과 애환이 스며 있고 골목마다 쌓인 냄새와 기억이 겹겹이 이어져 있습니다. <종로 미각>은 그 맛의 기록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음식의 시선으로 보고 싶은 사람이나 종로의 골목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