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영혼 없는 작가>는 다와다 요코가 집필한 작품들을 모은 책으로 언어와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사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초판에서 열네 편의 글이 실렸으나 이번 개역 증보판에서는 아홉 편이 추가되어 총 스물세 편의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적>에 실린 열여섯 편의 글이 모두 번역되면서 초기 대표작의 몽환적이고 실험적인 성격을 한층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소설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사물과 현상을 다와다 요코만의 시선으로 포착하며 사전과 마을, 사랑과 광물학 같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을 연결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합니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결합 속에서 언어의 잠재력이 드러나고 독자는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됩니다. 


또한 책은 언어와 정체성, 나아가 국가주의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합니다. 「귀신들의 소리」에서는 독일 음악이라는 표현이 은연중에 타자를 배제하는 방식을 드러내며 모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지닌 공허함을 통해 민족주의적 언어관을 날카롭게 짚습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 탐구를 넘어 언어와 권력 그리고 정체성의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줍니다.


공간적 이동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모스크바행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시작해 독일, 일본, 미국을 거쳐 토론토 공항에서 마무리되는 여정은 언어와 사유의 흐름과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단어와 장소, 언어와 사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영혼 없는 작가>는 언어와 세계, 그리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풍부하게 담아낸 책입니다. 일상의 기호와 사물들을 낯설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끌어 올리며 동시에 언어와 권력이 교차하는 지점을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언어와 문학, 그리고 세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찾고 싶은 독자에게 의미 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