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뢰 게임 - 반도체 시장을 뒤흔든 하이닉스 경쟁력의 비밀
현순엽.김진국.박정식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근 5년간 반도체 취업시장의 흐름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블라인드나 취업 컨설팅을 통해 살펴보아도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를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고 실제로 시장 점유율에서도 하이닉스가 앞서면서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지켜왔던 한국 반도체 1위 자리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이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통념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기 때문에 한 번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기 어렵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동일한 규제와 환율 조건 속에서도 삼성전자를 앞지르며 통념을 뒤집었습니다.


<신뢰게임>은 SK하이닉스가 어떻게 ‘만년 2등’에서 벗어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선두 주자로 도약했는지를 ‘신뢰’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책입니다. 단순한 기업 성공담이 아니라 실제로 하이닉스 내부에서 의사결정과 실행을 주도했던 리더들이 직접 경험을 정리한 사례집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저자들은 하이닉스의 반전을 ‘신뢰 게임’이라는 행동경제학적 개념을 기업 경영에 적용한 결과로 설명합니다. 서로 간의 믿음과 협력이 조직 운영 전반에 스며들면서, 하이닉스는 협업과 혁신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책은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하이닉스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첫째, 기업문화 차원에서는 SK그룹 인수 이후 정착된 ‘스피크업’과 ‘원온원 소통’이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합니다. 이는 위계적 분위기가 강한 한국 대기업 문화 속에서 드물게,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였습니다. 또한 SK의 대규모 인수들을 모두 성공으로 이끈 SKMS(SK Management System)의 성공적인 이식도 핵심 기업문화로 소개됩니다.
둘째, 전략 차원에서는 ‘시프트 레프트’라는 독특한 접근법을 소개합니다. 이는 기술 개발 단계에서 후속 부문의 목표를 미리 반영해 협업하는 방식으로 조직 간 신뢰를 강화하고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셋째, 인사·조직 차원에서는 ‘Top Team’의 존재와 겸손한 리더십을 강조합니다. CEO와 주요 임원들이 강한 상호 신뢰 속에서 협업하며 조직 전반에 신뢰 문화를 확산시켰고 부문장에게 인사 권한을 과감히 위임하는 결정도 신뢰를 기반으로 가능했습니다. 또한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혁신을 촉진한 점 역시 눈에 띕니다.
<신뢰게임>은 단순히 SK하이닉스의 성공 스토리를 넘어 조직에서 신뢰가 어떻게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다만 SKMS에 대해서는 기업기밀이라 그렇겠지만 그 활용 방식만 언급되고 구체적인 내용이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아 다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가 어떻게 변화와 성장을 이루어냈는지를 잘 보여주며 협력과 혁신의 배경에 신뢰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분명하게 전달해 줍니다. 오늘날 조직과 구성원 간 신뢰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