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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 - SBS PD가 들여다본 사물 속 인문학
임찬묵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에는 좀 있어 보이려는 속물근성과 그것을 구현하려는 물욕이 있었을 것이다. 그 물건 하나를 고르기 위해 들였던 노력, 애정을 가지고 섭렵한 지식, 쓰고 쳐다보며 생긴 기억들이 줄줄이 엮여 나온다. 이 문장이 <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라는 책이 어떤 책인지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사물과 인간 사이의 감정적 교감을 주제로 다루는 인문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사물을 단순한 대상이나 기능으로 여기지 않고 그것을 둘러싼 기억과 맥락 그리고 개인의 삶과 연결지으며 결국은 유명한 철학자의 철학으로까지 연결됩니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물건 하나에도 서사가 내재돼 있다고 말합니다.
책 속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시계에 관한 에피소드가 인상 깊습니다. 시계를 바라보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먼저 ‘남편이 빠지면 안 되는 고가 취미’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카메라나 오디오처럼 한 번 시작하면 수백만 원이 드는 취미들 말이죠. 그렇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시계로 이어지고 저자의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고급 시계란 무엇이었는가’를 되짚으며 시계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자라났는지를 조망합니다. 왜 고급 시계가 인기를 얻게 되었는지, 예물 문화나 브랜드의 상징성 등을 거쳐 결국 저자가 시계를 구입하게 된 배경까지 이어집니다. 이후 저자는 구입한 고장난 시계를 사용하기 위해 예지동의 시계 수리점을 찾게 되고 직접 수리를 통해 시계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겪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게 뭐라고…’ 하는 생각이 드는 속물적인 마음까지 솔직하게 풀어내며 독자로 하여금 공감과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아버지가 옆에서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보며 조용히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잔잔하고 따뜻한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는 단순한 인문서가 아니라 물건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일상에 침투해 있는 속물적 욕망을 외면하지 않되 그것을 민감하게 들여다보며 사물과 감정 사이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 방식은 주변에 있는 물건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한 물체를 바라보면서 사유를 확장해 나가는 저자의 방식은 문학적 감수성과 철학적 사유를 조화롭게 담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