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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와인의 나라 조지아, 돌의 나라 아르메니아 - 대사부부와 함께 떠나는 코카서스 역사문화산책
홍나미.조윤수 지음 / 대부등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코카서스 3국은 아직 한국인에게 낯선 지역입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정치적·역사적으로 분열과 갈등을 겪어온 까닭에 익숙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지역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외교관 남편과 작곡가 아내로 이루어진 부부입니다. 두 사람이 직접 계획하고 체험한 여행을 바탕으로 기록한 이 책은 단순한 감상에 머물지 않고 각국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짚어가는 여행기입니다. 특히 각 장마다 지역적 특성과 연계된 부제를 붙여 독자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아제르바이잔은 ‘불의 나라’로 소개되며 석유와 가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신앙과 생활문화의 흔적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지하자원을 차지하고 있어 전 세계 석유, 가스 생산의 5%나 차지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 결과 땅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천연가스가 언덕을 불태우는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며 이는 오랜 신화와 종교 의식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는 아쉽게도 현지어로 불의 산이라는 뜻을 가진 야나르 다그에서만 이 현상을 볼 수 있지만 땅에서 분출되는 가스가 산소와 결합해 불을 일으켜 몇 년 동안 꺼지지 않고 불타고 있다니 나중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지아는 ‘와인의 나라’라는 표현답게 포도 재배와 수천 년 전통의 와인 문화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곳입니다. 와인만이 아니라 수프라라는 전통 연회 문화를 경험하며 음식을 둘러싼 공동체적 의례를 기록하고 있으며 푸시킨이 칭송한 조지아 요리의 자부심이 음식의 다양성과 깊이에서 그대로 느껴집니다. 와인을 처음 제조하기 시작한 국가답게 다양한 와인 종류가 존재하는데 사페라비, 르카치텔리와 같은 포도 품종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또한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광지의 아름다운 관경 또한 눈에 띄었는데 해발 5,000미터에 이르는 카즈베기산과 산 중턱에 위치한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 보그베수도원과 시그나기 전경은 언젠가 꼭 두 눈에 직접 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아르메니아는 ‘돌의 나라’라는 이름처럼 하치카르라는 석조 십자가를 비롯해 돌에 새겨진 종교와 문화의 흔적이 뚜렷한 나라입니다.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국가라는 정체성은 수도원과 박물관 성지 순례지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노아의 방주의 파편부터 시작해 예수님을 찌른 롱기누스의 창, 십자가 파편 등 기독교적 유물뿐만 아니라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진 왕을 새긴 화폐와 같은 고대 유물들은 아르메니아의 매력을 한층 증폭시켜 줍니다.
여행기로 출발했지만 이 책은 그 자체로 코카서스 지역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입니다. 단순히 여행지 소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 존재하는 역사, 문화적 배경을 상세히 설명해 줘 지역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입니다. 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지도가 책에 수록되어 있어 독자 입장에서도 실제 여행 계획에 참고할 수 있으며 낯선 음식과 언어에 대한 정보도 친절하게 담겨 있어 실제 여행에 참고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코카서스 여행 전에 국가의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분들, 혹은 그냥 3국의 문화가 궁금한 분들에게 이 책을 입문서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