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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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벌집과 꿀>은 세계 각지에 흩어진 한국계 디아스포라의 삶을 그린 단편 소설집입니다. 전쟁, 분단, 강제 이주처럼 거대한 역사에 의해 고향과 이름을 잃은 이들이 중심에 있으며 이들은 어딘가로 떠나고 또 떠나지만 여전히 자신이 어디에 속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탈북 후 스페인에서 청소 일을 하는 여성,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낯선 미국 도시를 떠도는 청년, 연해주의 척박한 땅에서 고려인 공동체를 지켜보는 러시아 장교 등 폴 윤은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머무르지 못한 사람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비춥니다.


이 책은 장황한 설명 없이도 묵직한 감정을 남깁니다. 절제된 문장과 정밀한 묘사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상실감과 그 속에 감춰진 희망을 조용히 끌어올립니다. 모든 이야기에 공통으로 흐르는 정서는 ‘집’에 대한 갈망이며 이는 물리적 장소를 넘어 누군가의 곁, 마음이 머물 수 있는 곳으로까지 확장됩니다. 낯선 땅에서조차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지 않는 이들의 태도는 한 사람의 소박한 친절이 또 다른 이에게 ‘집’이 되어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폴 윤의 시적인 문장은 독자에게도 작은 쉼을 건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말없이 건네는 위로처럼 다가옵니다. 삶의 조각들을 붙잡으며 길을 잃고 있던 이들에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따뜻한 불빛 하나를 밝혀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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