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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소동 ㅣ 개나리문고 15
신미애 지음, 이지미 그림 / 봄마중 / 2024년 2월
평점 :
이 책은 민석이네 반 친구들이 일기를 쓰면서 벌어지는 작은 소동을 다루고 있다.
월요일 아침이 되면 민석이네 교실엔 긴장감이 감돈다. 담임 선생님이 지난주에 쓴 일기를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잘 쓴 일기장에는 별 스티커를 주기 때문이다. 민석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스티커를 받은 적이 없다. 스티커를 받기는커녕 일기 소재가 같다고 망신만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섯 줄 쓰기도 벅찬 일기를 열두 줄 이상 써야 한다는데…. 지민이 덕에 알게 된 일기 모음집을 사서 베껴볼까도 했지만, 부모님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그러다 어느 날 승우와 영미의 일기가 똑같아 일기 모음집에서 베껴 낸 사실이 들통나고, 심지어 윤철이가 수호의 일기를 대신 써주는 일이 벌어지면서 교실 분위기는 점점 싸늘하게 변해간다.
하루를 되돌아보며 솔직하게 쓰는 글, 일기.
하지만 내가 쓴 일기가 평가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이 된다면 솔직한 글이 될 수 없다. 그게 선생님이나 부모님이라면 더더욱. 그래서일까? 초등학교 고학년이거나 중학교 땐 일기장을 두 권 가지고 있었다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하나는 보여주는 일기장, 또 다른 하나는 자물쇠가 달린 비밀 일기장. 자물쇠가 채워진 일기장이 더 소중했음은 물론이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유치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그때는 일기장에 털어놓을 수 있어 쓰는 동안 응어리진 게 풀어지곤 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일기 쓰기는 글을 잘 쓰려는 도구이기 전에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선생님이 그 마음을 토닥여주고 진심으로 응원해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일기 소동’ 책 속의 아이들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모두가 즐거운 일기 쓰기를 위해 세 아이가 용기를 낸다. 그리고 선생님은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준다.
이제 민석이네 반 아이들은 즐겁게 일기를 쓴다. 선생님의 평가가 아닌 진심을 담은 깨알 같은 의견에 즐거워하면서.
일기 쓰기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같은 고민을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위안과 용기를 얻고, 일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더불어 일기 쓰기가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걸, 글로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즐거운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