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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그리스도인의 육성
에버하르트 아놀드 지음, 황의무 옮김 / 대장간 / 2020년 2월
평점 : 
초기 그리스도인의 육성은 초창기 기독교에 대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 또한 관련 사건 등을 직접 겪었던 사람 등이 써서 남긴 생생한 기록을 다수 수록하고 있는 책입니다. 초기 기독교에 대한 역사적 사료로서도, 믿음과 신앙의 이야기로서도 두루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초창기 기독교인으로 이름을 남긴 여러 인물들의 기록을 방대하게 수록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극초창기 예수 그리스도 한 명을 존경하며 따르는 모임에서 조금씩 종교의 형태를 갖춰가는 이야기, 로마 제국 시대 기독교가 갖가지 탄압을 받을 때 탄압에 의연하게 대처했던 기독교인들의 이야기, 기독교의 모습이 완성되기 이전 이미 만들어진 것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다운 행보와 마음가짐 등을 개척하다시피 새로 만들고 다듬어야 했던 이야기 등, 초창기 기독교에 대해 다양하고 수많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번역 역시 높게 평가하고 싶은데, 가볍지 않고 무게감이 느껴지면서도 마냥 무겁기만 해서 중압감이 느껴지지는 않을 정도의 문체로, 여러 문헌 및 자료들을 꼼꼼하게 잘 번역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여러 자료를 모으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시대별, 테마별로 정연하게 분류하고 정리한 점 역시 좋습니다. 초창기 기독교가 조금씩 틀을 갖춰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초창기 기독교의 신학적 논쟁 등에 대해서도 여러 주제를 방대하고 다양하고 자세하게 다루는 원전 자료를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그리스도인의 육성이라는 제목에 저절로 납득하게 될 정도로, 옛 시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마치 직접 듣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책입니다.
초창기 기독교도인들의 예배 모습, 종교인으로서의 생활 모습 등을 담은 자료도 여럿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되는 미시사 계열 자료로서도 손색 없고, 천 년 단위의 세월이 훌쩍 흐르는 동안 많은 부분이 어떻게 변했는지 오늘날의 모습과 비교하는 재미 등도 쏠쏠합니다. 글로만 적혀 있는데도 글 속의 묘사 모습이 눈에 떠오를 것 같을 정도로, 상세하고 구체적인 묘사가 많아서 더욱 재미있게 읽게 되는 책입니다.
기독교에는 고대 로마 예언자인 시빌라, 혹은 시빌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언했다는 이른바 시시빌의 신탁 이야기 등, 기독교 이외 문화권의 전승 등을 흡수하고 기독교식으로 변형한 부분도 많은데, 이런 부분 역시 여러 자료를 소개하면서 충실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유명한 설화나 예언 등이 사실 기독교의 도래와 이어지다는 식의 해석이 널리 퍼지게 된 이야기들인데, 신학 교리를 늘어놓기만 하는 것과 달리 폭넓고 다양한 테마로 친화력을 높인 이야기 등이 하나같이 흥미롭고, 그 발상과 디테일 등에 감탄하게 되어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대 로마인의 인명 등의 고유명사를 원전 발음으로 표기하지 않은 부분이 좀 아쉽기는 했습니다. 예컨대 영어식 발음 플리니보다 라틴어식 발음인 플리니우스가 훨씬 더 익숙하다면, 좀 아쉬울 법한 표기가 좀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파누스를 스데반으로 쓰는 등, 성경식 이름 표기를 중시했다는 점에서는, 이 부분은 오히려 기독교 서적으로서 장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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