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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신 지연 - 제4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ㅣ 민음의 시 338
나하늘 지음 / 민음사 / 2025년 12월
평점 :
나하늘 시인의 시집인 회신 지연에서는 첫인상을 받게 될 즈음 눈에 띄는 대목들이 여럿 있습니다. 일상에서 대화하고 잡담할 때 쓸 법한 구절들이 상당히 많은 것, 툭하면 공백이 나타나는 것 등. 그리고 시집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시를 한 편씩 읽으면서, 그 뜬금없거나 뭔가 맥빠지게 느껴졌던 그 부분들은 어느새 이 시집만의 독특하고 인상적인 특징으로 기억에 남게 됩니다.
회신 지연. 사전적인 의미로만 따지면 답변을 받아야 할 상황 내지 답장이 올 상황에서 그 답변이 오지 않는 상황. 그리고 이 시집의 시는 그런 상황에서 개인이 때로는 불안해하고, 때로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서 더욱 초조해지는 등의 심리를 미묘하면서도 절묘하게 그려냅니다. 아름답고 정제된 느낌의 시어와는 일부러 거리가 멀게 쓴 시처럼 그런 표현은 찾아보기 힘든데, 그런 점이 오히려 일상의 한 조각을 생생하게 그려낸 듯한 이 시집의 분위기와는 훨씬 더 잘 어울립니다.
나중에는 시집 곳곳에서 보이는 공백마저도 공백이 오히려 상상력으로 채워지는 듯한 느낌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화자의 감정이 쌓였다가 폭발할 법한 상황 등에서 수시로 그런 공백이 나오는데, 그 공백을 어떻게 채우고 채워질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 시집만의 독특함과 여운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더욱 인상적으로 감상한 시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