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오페라 - 26편의 오페라로 읽는 베르디의 일생
박종호 지음 / 풍월당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페라 역사상 가장 인기 많을 작품,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을 단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축배의 노래 등으로 유명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꼽힐 것입니다. 그리고 오페라를 본 적 없는 사람도 들어본 적 있을 오페라 음악을 꼽는다면 오페라 아이다의 개선행진곡도 첫손에 꼽힐 것입니다. 그리고 그 두 오페라는 모두 한 명의 작곡가가 작곡했으며, 그 작곡가는 그 외에도 오페라 역사상 걸작으로 손꼽히는 여러 오페라들을 작곡했습니다.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 <베르디 오페라>는 바로 그 작곡가 베르디의 모든 오페라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 박종호는 세 권으로 된 불멸의 오페라 시리즈에서 많은 백 편이 넘는 오페라에 대해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등, 오페라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담은 책들을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 <베르디 오페라>는 그 장점이 여러 면에서 잘 느껴지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저 오페라의 줄거리를 줄줄 늘어놓거나 유명한 노래에 대해 가사나 멜로디 등만 소개하고 요약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오페라를 더욱 깊이 있고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러 다양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게 정리해서 같이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베르디 개인의 삶과 경험 등과 연결되면서 더욱 긴밀하게 이야기하는 대목도 많은데, 그 점 또한 여러 모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들은 작품 자체로도 멋지고 인상적인 음악과 노래들을 만날 수 있지만, 베르디의 일생과 같이 생각하면 더욱 깊이 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는 사례도 많고, 이 책은 그런 부분을 풍성하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비중 있게 다룰 때 '26편의 오페라로 읽는 베르디의 일생'이라는 부제와 잘 어울리는 내용이 많았으며, 그 중에서도 오페라를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법한 내용들만 추려서 들려준다는 점 또한 기억에 남는 책이었습니다.


베르디의 본격적인 출세작인 <나부코>와 그 오페라에서 고향을 잃고 포로로 끌려온 노예들의 처절한 심정을 담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노래가 전염병으로 가족을 잃은 베르디의 처절한 심정을 담아내 작곡했다는 이야기, 여러 오페라에서 요즘이라면 이탈리아 중심의 민족주의 내지 국수주의라고 할 법한 내용이 상당히 많지만 19세기 이탈리아에서는 그런 내용이 호응을 얻을 만했으며 베르디는 그런 소재를 주로 사용하면서도 보편적인 인류애 등으로 승화시켜 묘사한 대목이 많다는 이야기 등이 여러 모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고전 작품에서 무조건 칭송만 하거나 현대 기준에서는 문제가 제기될 법한 부분에 딴지만 거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지만, 그 두 가지 함정을 피하면서 옛날 작품을 오늘날에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은 훨씬 어렵고 힘든 일인데, 이 책은 그런 역할을 더없이 잘 해내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는 베르디의 음악이 그런 국수주의적인 스토리 요소에도 불구하고 음악만 들으면 멋진 음악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그런 점을 현대 한국인 독자가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끼면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압축적이면서도 맛깔나게 정리해서 들려주는 데 성공한 이 책의 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9세기 검열 관련 에피소드들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오페라 가면 무도회에서 스웨덴 국왕이 암살당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왕족을 죽이는 이야기를 상연하면 안 된다는 조항 때문에 18세기 배경에 있지도 않았던 미국 보스턴 총독으로 대본을 바꾸어서 겨우 오페라를 공연할 수 있었던 이야기,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여주인공의 선택과 그 결말 등 아무리 사랑 때문이라고 해도 감정선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검열에서 지적받은 부분을 삭제하거나 억지스럽게 수정하느라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 하지만 베르디의 음악은 검열 떄문에 그렇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줄거리도 음악과 노래만으로 압도하면서, 대본의 허술함은 메우고도 남을 정도의 감동을 음악으로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점을 당시의 분위기나 상황 등과 함께 생생하게 들려주면서, 오페라 음악을 더욱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베르디는 거의 비극적인 작품만 작곡했으며, 베르디의 오페라들은 감정을 폭발하는 듯한 가사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음악들을 들려줍니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맨 마지막 오페라인 팔스타프는 희극 계열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작품 활동 초기 계약 때문에 가족들이 줄줄이 죽은 상황에서 계약 때문에 무리하게 희극 오페라를 작곡한 것이 실패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베르디는 그저 비극 오페라가 인기가 많으니 그냥 계속 비극 오페라만 작곡한 걸까요? 어느 쪽이든 이제는 알 수 없겠지만, 베르디의 사실상 유일한 희극 오페라나 다름없는 팔스타프는 작품 자체로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희극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음악과 노래를 담고 있는 오페라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오페라 팔스타프를 비극만 작곡했던 작곡가가 마지막 작품으로 굳이 희극을 선택하면서도 음악 자체는 멋진 대작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작품 인생의 마무리라는 관점에서 여운 있고 인상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냅니다.


베르디의 작품은 많지만 유명한 작품들만 언급될 때가 매우 많은데, 이 책에서는 베르디의 모든 오페라들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작품들도 꼼꼼하게 다룹니다. 그리고 그런 오페라들도 베르디의 인기작에 비하면 모자라다고 마냥 깎아내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조건 호평만 하지도 않고, 베르디의 인기작에 비하면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있겠지만 그런 비교를 제외하면 작품 자체로는 명장면이나 명곡 등 재미있고 감동적인 음악이 여럿 있다는 점과 그 음악 등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여러 판본의 차이 등 작품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충실하게 이야기하면서, 베르디의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덜 유명하고 낯선 오페라들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느새 이 책과 함께 그 오페라들을 감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될 정도로, 흥미로우면서도 매력적으로 오페라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베르디의 작품은 19세기에 작곡되고 인기를 끈 옛날 고전 작품인데다 오페라라는 장르 자체가 스토리만 따지면 감정 과잉 같은 분위기가 강해서, 그냥 오페라만 따로 보면 아무리 음악은 괜찮아도 당혹스럽게 느껴지기 십상입니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중요 장면과 인물의 심정 및 감정선 등과 함께 소개하고 있고, 특히 작곡가 베르디의 생애 등 작품 외적인 부분과 같이 감상하면 훨씬 이해가 잘 되는 대목은 그런 정보와 함께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여러 면에서 좋았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입문서 역할도 충실히 해내면서, 베르디 오페라의 음악만 감상한 적 있는 사람에게는 베르디 음악의 매력과 재미를 더욱 속속들이 느끼는 동시에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며 감상항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도 잘 해내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읽어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재미있고,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뻔하거나 얄팍하게 느껴지는 대신 또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방대한 내용을 압축적으로 추려서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하기까지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인데, 그 여러 가지 장점들을 충분히 갖추는데 성공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