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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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이십대 초중반에 쓴 책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깊은 여운과 함께 인상적인 감동이 몰아치는 듯한 소설입니다. 풍경 등을 묘사할 때에는 감성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잘 살렸으며, 여러 인물들을 묘사할 때에는 슬픈 과거나 사연 등을 묘사할 때에도 직접적으로 얼마나 슬픈이 이야기하는 대신 담담한 듯한 문체로 그런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여수의 사랑은 여러 편의 단편소설들을 묶은 책으로, 각각의 소설들은 전혀 다른 별개의 이야기들입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여수라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인연이 생기고 접점이 생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슬픈 사연들이 각자 있는 사람들이 그저 슬퍼하기만 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인연을 통해 다른 감정으로 뻗어나가는 이야기.


이 책의 단편소설들에서 등장인물들은 이른바 대대적인 활동 같은 걸 하는 스케일의 행동은 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이 어떤 일을 겪고 어떤 행동을 하건 신문 기사 등에서는 나올 일 없을 스케일의 이야기들만 이어집니다. 그 중 상당수는 등장인물의 내면에서는 아주 치열하고 중대하고 의미 있을 일인지언정,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상황에서 나름대로 평범한 소시민 정도로 분류될 법한 사람이 일상적인 행동을 좀 한 것에서 그칠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아 보이는 스케일은 동시에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 사람의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크고 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딱히 드러나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포함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수의 사랑들 단편집에서 묘사된 이야기와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표제작인 여수의 사랑을 비롯해서 단편소설들이 모두 그런 분위기에서 그런 인물 묘사와 함께 등장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자기복제나 반복 같은 느낌이 들지 않도록 여러 사연이나 인물의 모습 등이 다채롭게 묘사되면서도, 현실에 있을 법한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런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나타날 법한 인물상의 이야기들이 간결하면서도 인상 깊은 표현 및 문장과 함께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에서 끝나지 않고, 때로는 혼자서, 그리고 때로는 사람을 만나서 그 인연을 바탕으로 그 상처를 극복하고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며, 그 노력 자체가 얼마나 힘겨우면서도 의미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여러 사연으로 기구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기에 깊은 여운과 함께 휘몰아치는 듯한 감동으로 이어지는 단편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수의 사랑의 여러 이야기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사람들이 비극적인 사연 때문에 상처받았고, 때로는 상처라는 표현 정도로는 다 묘사되지도 못할 만큼 그 여파가 컸지만, 그 비극적인기억을 안고 나아가고 싶어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비극을 딛고 나아가는 길이 그 비극적인 기억과 사연에 대해 잊는 것도 아니고, 없었던 것처럼 묻어버리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그 모든것을 기억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계속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그 상처를 이해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그 상처를 이해하려는 사람과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격려가 되는지를 무감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절제된 묘사와 분위기로 오히려 더욱 극적으로 묘사한 대목이었습니다.


20대 초중반에 발간한 첫 소설책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책이었습니다. 한강 작가가 나중에 발표한 다른 소설들과 직접 비교하면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들이니만큼 아무래도 좀 아쉽게 느껴지는 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비교 없이 이 책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런 아쉬움 운운할 여지도 없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소설책에서 이 정도 글을 만날 수 있다는 데 놀라게 되고, 나중에 출간한 소설들은 더욱 발전했다는 것에 대해 더 놀라게 되며, 그런 외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책 자체로만 읽어도 더없이 깊은 여운이 남고 감동적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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