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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과 공터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624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0월
평점 :
작약과 공터는 아름답고 미려한 시어를 추구하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느낌이 종종 드는 시집입니다. 이 시집 속의 시들은 상당수가 아주 일상적이고 흔해서 평범하게까지 느껴지는 단어들로만 구성된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래서 처음에 보면 마치 시를 그대로 줄글로 쭉 이어서 배치하면 별다른 위화감 없이 산문 에세이 같은 느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배치하면 그 시들에는 미묘하면서도 절묘한 리듬감이 있는데 그런 리듬감이 싹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 지점에서 이 시집 특유의 독특하고 인상적인 여운이 본격적으로 와닿게 됩니다.
작약과 공터에 실린 시들은 평범한 사람이 흔히 겪을 법한 일이나 흔히 볼 법한 풍경 등을 묘사한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동시에 그런 흔한 모습을 일상적인 단어로 구성한 시에서, 낯설지 않고 친숙한 단어와 모습으로 그려낼 때 특유의 공감 가는 분위기를 생생하면서도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는 시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시집은 평범한 모습을 평범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시로 빚어냈는데, 바로 그 점 때문에 독특한 인상과 여운을 남기는 경험으로 이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