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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이라는 제목부터 실제 내용의 반어법일 것 같은 느낌을 팍팍 풍기고 있는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 강렬하면서도 인상적인 이야기가 줄줄이 펼쳐지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반어법일 것 같던 그 제목은 어쩌면 본인에게는 반어법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독특한 구조와 구성의 이야기로 뻗어나가면서, 이 소설만의 강렬한 인상을 화룡점정처럼 만들고 있습니다.
이시봉은 일단은 강아지이며, 이시봉의 주인의 삶은 명랑함이나 투쟁 없는 삶과는 거리가 멀고, 그 정반대에 훨씬 가깝습니다. 이시봉은 강아지여서 그 모든 일에 직접 얽히지는 않지만, 주인이 그토록 기구하고 힘겹게 살아가는데 이시봉에게도 아무런 영향이 없을 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강아지의 입장에서 현대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한 서술과 묘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당사자나 관찰자 등 사람의 눈으로 펼칠 때와는 또다른 인상적인 여운과 강렬함으로 만들어내는 묘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개별적인 에피소드는 하나씩 읽을 때에도 재미있지만, 전체적으로 얽힌 모습을 조망하듯이 읽으면 더욱 깊은 여운과 강렬한 인상이 남게 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