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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망한 사랑
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평점 :
조금 망한 사랑은 언뜻 겉으로만 보면 역설적이면서도 반어법같은 상황에서 더없이 미묘한 점을 절묘하게 포착하면서, 단순히 절묘한 포착에 멈추지 않고 누구라도 공감하게 될 법한 문장으로 풀어내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는 책입니다. 물질적으로는 더없이 풍요롭고 기술적으로 발전한 시대, 불과 수십 년 전에만 해도 개인이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이제는 개인에게도 더없이 간단해진 일이 흔해진 시대. 그런데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풍요로워진 시대에 그 시대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는 오히려 더욱 압박감에 내쫓기며 그런 풍요로운 시대가 도래하기 전보다 더욱 불행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풍요로운 시대이니 당연히 여유롭고 행복할 거라면서, 행복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이해 못 받고 손가락질이나 받을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조금 망한 사랑 속에서는 바로 그런 시대에서, 이 시대에 누구에게나 흔하게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일을 겪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감정을 절제한 표현으로 오히려 감정선을 더욱 끌어올리는 인상적인 문체와 함께 하나씩 펼쳐내고 있습니다. 읽을 때는 공감되고, 읽고 난 뒤에는 깊은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