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보통 사람으로서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 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
최의택 지음 / 교양인 / 2023년 10월

최의택 작가의 에세이를 모은 책인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은 SF장르 소설을 쓰던 작가의 에세이라는 한 문장으로 축약한다면 오히려 왜곡에 가깝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다층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 같은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것이 오히려 더없이 특별하게 느껴질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책입니다.

보통 사람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면서, 실제로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나가고자 하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도, 같은 이야기가 또 나온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소소한 일상 자체가 그만큼 소중하고, 그런 일상을 갈구한다는 것이 절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절대 보통 사람처럼 살지 못하는 신체적 이유를 가진 사람이 보통 사람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평범한 것일까요, 아니면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런 시도도 하지 못할 정도로 특별하고 중대한 일일까요?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후자로 보일지몰라도, 본인에게는 첫 번째라고 생각하게 되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서, 보통 사람처럼 살기 힘들 신체적 요인을 지닌 사람이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고자 한다는 것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인상저이고 감동적이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에서는 짧은 에세이가 옴니버스처럼 많이 실려 있고, 그 중에서는 장애라는 테마가 핵심적으로 언급되는 단문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혹은 장애에도 변함없이, 저자가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상적으로 살아가고 생각하려고 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다양하게 보여줍니다. 때로는 저자는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는 아주 일상적이고 단순하고 쉬운 행동을 하고 싶어하지만 장애 때문에 실패하기도 하고, 또 어떤 떄에는 그런 일반적으로는 단순하고 일상적인 행동을 장애 때문에 아주 힘겹겨 겨우겨우 가까스로 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때에는 장애라면 일상의 모든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리라는 편견이나 통상적일 예상과 달리,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을 역시 한 명의 개인으로서 해내기도 합니다. 그 수많은 다양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이 책에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펼쳐내면서, 개인에 대한 이야기이자 장애가 있는 개인으로서 겪은 장애인으로서의 이야기 등이 차분하게 전개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테마는 흔히 무겁고 암울하거나, 현실적 한계에 장애 때문에 부딥히게 되는 암울한 분위기 등을 떠올리게 되고,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일상에 대해 쓴 글이라면 그런 분위기일 거라고 지레짐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장애를 평범한 개인의 일상적인 요소처럼 인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런 인식을 생생하고 입체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풀어내서, 이 책만의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없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저자의 작가로서의 이야기가 하나씩 차분하게 진행됩니다. 그런 구성을 통해, 이 책은 일상에서는 신체적 요인 때문에 종종 불편함을 겪지만, 머릿속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낼 수 있는 창작과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더없이 자유로우면서도 무궁무진하게 생각이 뻗어나가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들어내는 모습을 풍부한 이야기 보따리와 함께 펼쳐내게 됩니다.

이런 구조는 저자가 SF장르를 주로 다루는 작가로서의 다양한 면모와 경험담 등에 이야기하는 파트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됩니다. 현실에서 물리적으로 여러 제약을 겪으면서, 그런 경험이 그런 제약이 없는 sf세계의 세계관과 인물, 이야기 등에 대해 더욱 풍부하고 입체적인 상상력으로 빚어내는 모습으로 이어지는 대목은 집필 후일담으로 여러 모로 인상적이고 흥미로우면서도, sf장르의 매력과 작가의 작품세계의 특색 등을 두루 체감하게 될 듯한 구성이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 에세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가장 보통의 인간, 평범한 인간이라는 테마가 어느새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며 몰입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로 치환될 떄, 바로 그 영역에서 저자는 그런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기억에 남고 깊은 여운에 남는 이야기를, 일상의 영역에서 더없이 공감되는 일상 이야기를 써내는 작가로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은 평범하게 여겨지는 이야기를 일상적이고 평범하게 써내려가는 것이, 역설적으로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고 뚜렷한 인상을 남기면서, 동시에 sf장르에서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만들어내게 되는 이야기를 차분한 톤의 에세이로 펼쳐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책은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 비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가 노트같은 책인 동시에, 개인으로서 보고 듣고 느낀 수많은 이야기를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 같은 곳에서 더없이 일상적으로 풀어내면서, 더욱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