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과 요리의 만남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주제를 다룹니다. 바로 경제학 쪽 관점에서 바라본 경제성 및 경제적 흐름 등의 경제 분야 요소와, 요리 및 식재료라는 주제입니다. 그리고 이 두 주제는 이 책에서 그저 같이 다루면서 병렬적으로 줄줄이 나열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주제를 동시에 다루면서 접점을 찾고, 나아가 한 가지 관점에서만 보았을 때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포착하기 힘들 내용을 다양하고 풍부하며 폭넓고 깊이 있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요리란 단순히 맛있고 많은 음식을 추구하는 것이 전부일까요? 요리에 경제적인 관점을 적용한다면, 식량이 부족할 때에는 최대한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고 싶어하고, 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때에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하게 된다는 이야기만으로 정리할 수 있는 주제일까요? 적어도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식재료가 도입되고 기존 식재료가 변형되거나 인기가 사그라들게 되는 것, 다른 지역의 식재료를 들여왔는데 막상 원산지에서와는 전혀 다른 요리법으로 새로운 음식을 만들게 되는 것, 특정 식재료나 음식이 인기를 끌게 되고 보급되는 과정 등, 요리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경제적 관점이 적용되고 경제적 원리나 흐름에 따른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을,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풍성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요리와 경제라는 주제를 동시에 다루면서, 요리가 경제적 요소에 영향을 받게 된 사례뿐만 아니라, 경제적 요소가 요리에 영향을 받게 된 사례가 꽤 많고 다채롭다는 점 역시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정 식재료나 요리가 보급되고 인기를 끈 것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거나, 경제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면서, 관련된 여러 사례를 다양하게 언급하는 부분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다양하고 신뢰할 만한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폭넓고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 책만의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재미와 심오한 방대함을 만끽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에서 손꼽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그쳤다면, 이 책은 독특한 주제를 흥미롭게 다룬 요리책으로 분류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경제 도서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요리 및 식재료에 대해서 이토록 재미있고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의 핵심 주제가 요리가 아닌 다른 주제로 분류된 것에, 어느새 저절로 납득하게 됩니다. 그만큼 이 책에서 요리라는 주제를 테마로 삼아 펼쳐내는 경제 관련 이야기가, 풍성하고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이고 다양하며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요리에서 경제적인 요소란, 흔히 재료값과 음식값 같은 일차적인 가격만을 생각하게 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여러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경제적 요소와 밀접하게 관련된 음식 및 식재료와 함께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폭넓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 후, 그 다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더욱 고차원적이고 졸합적이며 입체적이고 총체적인 경제 이야기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특정 식재료에 얽힌 역사나 상식처럼 널리 알려진 유명한 해프닝 등에 대해서, 단순히 일회적인 음식 관련 일화에 그치지 않고, 거기에서 경제적 현상이나 경제이론 등에 대한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롭게 이끌어내고, 나아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읽다 보면 어느새 학문적 이론에 대한 여러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차분하면서도 치밀하게 구성되어 독자들을 맞이합니다.

경제와 음식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면서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점 역시 좋았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