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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평점 :
조선의 14대 국왕인 선조는 비호감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입니다. 이순신 장군을 부당하게 핍박하고 원균을 중용하다가 수군을 단번에 없애버릴 뻔한 일을 비롯해서, 선조는 찌질함의 대명사처럼 묘사될 떄가 많습니다. 심지어 후계자 광해군이 국왕이 된 후 여러 실책을 저지른 일이나, 영창대군이 어릴 때 귀양가서 죽은 것도 선조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선조에 대한 반응은 한 가지로 귀결되고는 합니다. 선조가 그래도 인조보다는 낫다고요. 인조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저런 말을 듣는 것일까요? 인조 1636은 바로 그 측면을 속속들이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조선의 16대 국왕이자, 조선 최악의 국왕 내지 그 유력 후보로 당연하다는 듯이 손꼽히는 인조의 1636년 시점을 중심으로 인조와 인조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역사 분야 책으로서 여러 자료를 교차검증하듯이 취합하고 조사해서 1636년 인조의 모습에 대해 다각도에서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암울하고 무능하던 시절의 인조가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그런 인조의 모습 때문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켰는지, 그 결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봉변을 겪었는지 등에 대해서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병자호란에서 남한산성의 경우, 남한산성에서 인조 일행이 피신했을 때 싸우기는 잘 싸웠지만 식량이 없어서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는 꽤 유명합니다. 그리고 남한산성이 식량이 별로 없었던 이유가 식량창고를 성 밖에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상당히 유명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남한산성 일화는 1636년 인조의 실책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인조의 여러 실책과 그 여파에 대해서 방대하게 써내려갑니다. 단순히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조치가 어디에 어떤 영향을 끼쳐서 어떤 여파를 낳았는지 등에 대해서 폭넓고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그리고 인조가 조금만 다르게 처신했다면 병자호란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 그 견해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고 와닿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자료와 함께 조명하고 있습니다.
1636년의 인조는 무능한 지도자가 한 나라를 얼마나 망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속속들이 잘 그려냅니다. 이 책을 읽고 그저 인조가 무능한 암군이라고 말하는 선에서 끝낸다면, 단선적인 감상이 될 것입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고 미리 조사했다면, 그 정도의 성의만 있었다면 많은 것을 바꾸고 위험을 막을 수도 있었을 지점. 그리고 그 지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과거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똑같은 실책을 반복하지는 않을 수 있을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