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이올린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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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스 페르민의 소설 검은 바이올린의 도입부는 마치 고요하고 평탄한 곳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만들어내는 데 평온하게 집중하며, 더욱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라도 펼쳐질 것 같습니다. 적어도 사람들 본인들은 그렇게 느끼거나, 최소한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몽환적인 느낌이 강한 문체와 문장은 현실을 초월해, 보다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듯한 분위기마저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장 뒤에, 전투가 일어나고 전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 평온함은 깨집니다.


그 상황은 바로 얼마 전까지 평온하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데에 전념하던 음악가에게, 잔혹하면서도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버립니다. 당장 죽어나갈지도 모르는 상황. 그리고 평화로울 때에는 더없이 귀중한 대우를 받고도 남을 뛰어난 음악실력이 이제는 의미 없게 되었고, 음악에만 전념했다는 것은 이른바 실용적이고 실제적인 생존 쪽 활동은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뜻이 되어버린 상황. 그리고 바로 그 상황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여전히 음악을 자신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삼기로 결심하고 실천에 옮깁니다. 검디검은 흑단으로 만든 바이올린과 함께.


주인공 요하네스의 소망은 아주 소박한 것이었습니다.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싶다거나, 그를 통해 세속적인 명성과 부를 얻고 싶다는 식의 소망조차 요하네스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요하네스의 소망이란 자신이 바이올린 음악에 전념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자신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서 더욱 좋은 음악을 자신의 손 끝으로 흑단 바이올린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이란 그 소박한 스케일의 소망조차 이내 헛된 몽상 내지 절망으로 만들어버릴 기세입니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요하네스의 모습을 두고 실패자, 혹은 비극의 주인공 정도로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요하네스가 실존인물이었다면 아마 그런 평이 대세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하네스 본인은 어땠을까요? 적어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선택한 길에 대해 여한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야기 자체가 이 작품의 인상적인 감동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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